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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당권 경쟁 점화 '실용'이냐 '개혁'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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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4월 2일 전당대회를 앞둔 열린우리당이 본격적인 당권 경쟁에 들어갔다. 유력 후보인 문희상.신기남 의원은 20일 한 시간 간격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지도부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장영달.한명숙.염동연 의원 등도 이번 주 중 출마를 공식화할 방침이다. 개혁당 출신이 주축이 된 '참여정치연구회(참정연)'와 386세대 초.재선 모임인 '새로운 모색'도 각각 선거전략 마련에 착수했다. 당 의장을 포함, 5명의 상임중앙위원을 뽑는 이번 경선에선 후보 간에 실용.개혁 노선을 놓고 본격적인 대결이 벌어질 전망이다.

◆ 실용이냐, 개혁이냐=참여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 "열린우리당은 창당 후 100일에 한 번씩 당 대표가 바뀔 정도로 표류해 왔다"며 "강력한 리더십,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혁의 원칙에만 매달리는 소모적 개혁이 아닌 생산적 개혁이 돼야 한다"며 "개혁.민생이 동반 성공해야 한다"고 실용 노선을 강조했다. 이날 회견에는 배기선.유인태.홍재형.문학진.전병헌 의원 등 20여명이 배석했다.

반면 지난해 당의장을 지냈던 신기남 의원은 "실용의 표방이 개혁의 진운(進運)을 위축시켜선 안 된다"며 개혁 우선론을 폈다. 그는 "선거.야당.정부에 강한 '3강(强) 우리당'을 만들겠다"며 "한반도 평화와 국가정책, 국민통합에 대한 세 가지 믿음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재야파의 지원을 받고 있는 장영달 의원은 "실용주의가 당의 노선.정체성이 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참정연 그룹(김원웅.유시민.김두관)도 실용보다는 개혁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반면 재선 그룹의 후보로 거론되는 송영길 의원은 "개혁을 견지하면서도 국민을 설득하고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노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용주의를 거부하진 않는다는 얘기다. 유력한 여성 후보인 한명숙 의원은 개혁성과 합리성을 동시에 내세우고 있다. 염동연 의원은 실용에 바탕을 둔 개혁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 후보 간 짝짓기가 변수=이번 경선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계파.후보 간 합종연횡이다. 대의원 한 명이 두 표를 찍는 '1인2표제'이기 때문이다. 일단 노선별 연대가 가능하다.

우선 지난해 국가보안법 처리 등을 놓고 국회 농성인 '240시간 의총'을 함께 주도했던 재야파(장영달)와 참정연 그룹이 '개혁 연대'를 펼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대표적 '친노 인사'인 유시민 의원과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이 차기 대선 후보인 김근태 복지부 장관의 손을 들어주는 형국이 된다는 부담이 있다. 김 장관은 재야파의 대표격이다. 재야파 일부에서도 "지지 기반이 겹치는 참정연 그룹보다 한명숙 의원 등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각에선 신기남(구 당권파).장영달 두 후보의 연대설도 나온다. 강력한 후보인 문희상 의원의 배제에 효과적인 전략이다.

두 사람 모두 실용보다 개혁을 앞세우고 있어 노선도 비슷하다. 다만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의 핵심 멤버인 신기남 의원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버리고 김근태 장관 쪽 사람과 손잡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난점이 있다.

소장 재선 그룹 후보의 경우 문희상.신기남 의원 등 대부분의 유력 후보와 연대가 가능하다. 특히 문 의원 측에서는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이 같은 가능성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한 후보였던 김혁규 의원의 불출마가 지지 기반이 겹치는 문 의원에게 얼마나 도움을 줄지도 관건이다. 문 의원 측은 김 의원이 전국적으로 확보했던 조직표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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