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골프장 탐방 <2> 전남 해남 파인비치 골프 링크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22면

전국 각지의 골프장에 본지 기자가 방송 제작진과 함께 직접 찾아가 골프 코스를 둘러본 뒤 해당 골프장의 코스 특징과 음식 등의 정보를 자세히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코끝을 간질거린다. 같은 바람인데도 제주의 그것처럼 사납지 않다. 육지의 바람처럼 메마르지도 않다. 비릿한 바닷내음을 잔뜩 머금은 따뜻한 바람에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이곳은 한반도의 땅끝, 전라남도 해남이다.

전남 해남의 바닷가에 풍광이 뛰어난 골프장이 들어섰다는 소식을 들은 건 꽤 오래전이었다. 부푼 기대를 안고 직접 코스를 둘러봤더니 ‘한국의 페블비치’란 표현이 과장이 아닌 듯싶다. 굽이굽이 해안선을 따라 들어선 코스가 캘리포니아의 페블비치를 연상케 한다. 페어웨이와 그린에서 한 발짝만 걸어나가면 바다를 향한 천길 낭떠러지가 입을 벌리고 있다.

‘한국의 페블비치’로 불리는 전남 해남의 파인비치 골프 링크스 비치 코스 6번 홀(파3) 전경. 바다를 건너 티샷을 해야 하는 만만찮은 홀이다. 그린 왼편에 자리 잡은 소나무가 코스를 굽어보고 있다. [파인비치 제공]

비치 코스 6번 홀(파3)이 파인비치를 대표할 만한 홀이다. 화이트 티잉 그라운드 기준으로 거리가 183m나 된다. 블루 티에서 핀까지의 거리는 200m를 훌쩍 넘는다. 그린 위에 공을 떨어뜨리기 위해선 중간에 입을 벌리고 있는 바다를 건너야 한다. 웬만한 아마추어들은 티샷을 하기 위해 드라이버를 잡아야 한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낯익은 풍경이다. 그린 왼편에 자리 잡은 소나무는 페블비치 6번 홀의 사이프러스 나무를 꼭 빼닮았다. 파인비치 골프 링크스 최상진 사장은 “조경을 위해 일부러 심은 게 아니라 원래 그 자리에서 자생하던 나무”라고 말했다.

파인 코스 8번 홀(파3·189m)도 볼 만하다. 그린 뒤편으로 파도가 일렁여 코스가 바다 위에 둥실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바다를 향해 내리막 경사가 진 이 홀에서 멋진 티샷으로 온그린을 하면 바다 위에 가볍게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 든다.

최상진 사장의 코스 자랑이 이어진다.

“파인비치는 스케일이 크다. 우리 골프장은 미국의 페블비치와 워터 해저드를 공유하고 있다.”

라운드를 마친 뒤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앉으면 창밖으로 자그마한 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손에 닿을 말한 가까운 거리인데 그 섬(시하도)엔 할머니 한 분이 혼자 사신다고 골프장 관계자는 전했다.

할머니의 유일한 친구는 무인 등대다. 밤이면 칠흑 같은 어둠이 몰려오지만 할머니는 20년이 넘도록 등대를 벗삼아 그 섬을 홀로 지켜오셨다고 한다. 그런데 파인비치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할머니는 주변에 이웃이 생겼다며 반가워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종종 톳이며 미역 등을 따서 골프장에 가져다 준다고 했다. 할머니는 섬에서 나가고 싶을 때마다 큰 깃발을 내다건다. 주위를 지나는 배들은 이 깃발을 보고 할머니를 태워서 육지로 모시고 온단다. 14일부터 이 골프장에선 KPGA투어 한양 수자인 파인비치 오픈이 열린다. 그 골프장에 가고 싶다.  

해남=정제원 기자



최상진 대표

서울~골프장 셔틀 운영
클럽 택배 서비스 통해
수도권과 거리감 좁힐 것

“파인비치의 가장 큰 특징은 유라시아 대륙의 끝자락에 파도가 빚어낸 9개의 코스와 바람으로 다듬어진 9개 코스가 어우러져 있다는 겁니다. 제가 이 골프장을 선택한 것도 한눈에 아름다운 코스에 반했기 때문입니다.”

9월 1일 정식 개장한 파인비치 골프 링크스(전남 해남)의 총괄사장을 맡고 있는 최상진(62·사진) 대표이사는 6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 사장은 국내 최고의 골프장으로 꼽히는 안양 베네스트에서 10년간 지배인으로 일했던 전문 경영인. 그가 지난해 해남의 땅끝 마을에 있는 파인비치의 사장으로 부임한 것 자체가 골프업계의 뉴스였다.

최 사장은 “파인비치는 자연 환경을 그대로 살린 골프장”이라며 “멋진 코스에 걸맞은 서비스를 갖춰 국내 최고의 명문 골프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파인비치가 수도권에서 멀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매일 서울에서 파인비치까지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 골프클럽 택배 서비스와 김포~무안공항 간 에어택시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고객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제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