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로금리 효과 ‘0’… 엔화 또 뜀박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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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백약이 무효다. 일본이 대규모 시장 개입, 제로금리 복귀 등 엔고(高) 저지를 위해 갖가지 처방을 내놓고 있지만 엔화 값은 잠시 눌리는 듯하다가도 곧장 다시 튀어오른다. ‘환율 전쟁’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일본의 힘만으로 엔고를 되돌리기는 애당초 역부족이란 평가도 나온다.

6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한때 달러당 82.75엔까지 올라갔다. 1995년 5월 이후 최고치다. 지난달 하루 2조 엔을 풀며 시장 개입에 나서기 전 기록인 82.78엔도 넘어섰다. 이어 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엔화 값은 달러당 82엔대에 거래됐다.

엔이 강세를 지속하는 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돈을 더 풀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가 계속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에 투자자들은 달러를 팔고 엔을 사들이고 있다.

사사키 도루 JP모건체이스 수석연구원은 “투자자들이 미국과 일본의 금융완화 경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엔화가 일본 정부의 저지선으로 언급돼 온 82엔대로 복귀하자 7일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정부는 외환시장에서의 과도한 움직임을 용인하기 힘들 것”이라면서 “필요 시 과감한 조치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이 당장 대규모 개입에 나서기에는 주변 여건이 녹록하지 않다.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회담,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등을 앞두고 전 세계의 이목이 외환시장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과 유럽이 중국 압박에 전념하느라 일본에 대해 공개적 비판을 자제하고 있지만, 개입이 잦아질 경우 더 이상 모른 척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일본도 이를 의식하고 있다. 7일 이가라시 후미히코(五十嵐文彦) 재무차관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의 의도는 국익을 위해 통화가치 절하 경쟁을 벌이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엔화의 변동성이 과도할 때 이를 완화하기 위한 제한적 조치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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