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북한 소행 인정해야 안보 허점 고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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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천안함 폭침(爆沈)사건은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끝나선 안 된다. 안보 태세에 어떤 허점이 있었는지를 철저하게 가려내 다시는 이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게 대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사건 발생 직전 사전 경고 징후가 있었는데도 소홀했다는 민주당 신학용 의원의 폭로는 소중한 것이다.

신 의원은 4일 국방위 국감에서 “3월 26일 사건 발생 직전 우리 군은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과 모선(母船)이 북한 항구에서 사라진 사실을 포착하고도 각별한 경계태세를 갖추지 않았다”며 당시 문자 교신 내용을 공개했다. 이를 평상시 있었던 일로 치부한 국방부의 안이한 태도는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다. 민족의 비극인 6·25 도발이 평화공세 속에 이뤄졌다는 엄연한 역사적 교훈을 벌써 잊었다는 말인가. 하물며 북이 보복을 다짐하고 있던 시점이다. 우리 군은 뼈를 깎는 반성을 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여당 의원들은 국방부를 비호하기 급급하다. 특히 말꼬리를 잡아 “야당도 북한 소행임을 인정했다”는 등 정치적 공세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중차대한 국가 안보 문제를 정략으로만 끌고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야당의 정치적 입장을 존중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후속조치가 강구될 수 있도록 이끌어 가는 것이 집권당다운 태도다.

민주당도 이 기회에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신 의원의 폭로 다음 날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어떻게 대한민국 국군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그로 인해 많은 우리 장병이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전현희 대변인도 “정부가 북측의 징후에 철저히 대응하지 못해 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것”이라고 논평했다. 너무나 맞는 말이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재발방지를 위한 후속조치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국방 문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걸린 일이다. 이런 일을 정치적 이해에 따라 사건의 본질마저 변질시켜서는 안 된다. 임진왜란 직전 당파로 갈려 일본의 침략 가능성을 놓고 갑론을박(甲論乙駁)하는 바람에 이 땅의 민초(民草)들은 얼마나 혹독한 고초를 겪었는가. 사실은 사실로 인정해야 올바른 대비책도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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