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꺼지는 북핵 파문] 힐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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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대사가 18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한 미국 측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대사는 18일 대북 비료 지원 문제와 관련, "6자회담 참가국들이 동일한 행동을 취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조율된 행동은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도 맡고 있는 힐 대사는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고려대 언론인교우회 주최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서로 대책을 조율함으로써 북한이 상황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10일 북한 외무성 성명 이후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우리 정부의 대북 비료 지원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 비료 지원, 한.미 공조 시금석 되나=이날 대북 비료 지원에 대한 힐 대사의 발언은 매우 신중했다. "혹여 한.미 간 정책 공조에 금이 가는 것처럼 비치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이란 게 미 대사관 측의 설명이다. 힐 대사도 '조율된 행동'을 언급한 뒤 곧바로 "한국의 대북 비료 지원에 대해 미국은 그 어떠한 조언도 하지 않을 것이며, 또 그럴 위치에 있지도 않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한.미 간에는 조율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날 힐 대사의 발언은 대북 비료 지원 문제가 향후 한.미 공조체제를 유지하는 데 최대 변수가 될 것임을 공개적으로 시사한 셈이 됐다. 힐 대사가 회견 도중 "중요한 것은 대북 접근법을 서로 조율해가는 것"이란 말을 거듭 반복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란 분석이다.

우리 정부는 일단 신중한 모습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한.미 양국은 현재 공통의 목표를 위해 충분한 협의와 조율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한.미 외무장관 회담 이후 양국 간 정책 공조는 한치의 빈틈도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도 "지금은 압박을 거론할 때가 아니라는 데 한.미 양국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봄철 파종기가 멀지 않은 상황에서 마냥 결정을 미루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 이와 관련, 이날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는 힐 대사와 장시간 전화통화를 하고 이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6자회담 밖 양자회담은 없다"=힐 대사는 이날 다량의 대북 메시지도 쏟아냈다. 먼저 양자회담과 관련, "6자회담에 해를 끼치면서까지 양자회담을 할 생각은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협상은 북한에도 합리적일 것"이라며 "북한이 핵무기를 추구하면 결국 막다른 골목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좀 더 창의적인 안을 마련할 의사는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우리는 지난해 3차 본회담에서 내놓은 제안이 매우 포괄적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북한이 그중에서 뭐가 맘에 들었고, 뭐가 맘에 안 들었는지 말하는 게 순서"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외교적 방법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17일 만난 중국 관리들도 모두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서 크게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전날 힐 대사가 중국을 방문한 직후여서인지 회견장 내부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이명박 서울시장과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의 모습도 보였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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