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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적의 기습 노림수를 심각하게 보지 않았다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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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천안함 폭침(爆沈)과 관련해 우리 군의 안이한 대응태세가 도마 위에 올랐다. 3월 26일 사건 발생 직전 우리 군은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과 모선(母船)이 북한 항구에서 사라진 사실을 포착하고도 각별한 경계태세를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국방위원회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폭로한 내용이다. 이에 대해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당시 정보 판단으로는 심각하게 보지 않았다”고 했고, 한민구 합참의장도 “북한 잠수함정은 훈련 등으로 연중 상당 기간 식별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북한의 이상 동태를 평상적 움직임이라고 가볍게 보고 특별한 경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당시 북한의 움직임에 바짝 긴장해 경계를 강화했더라면 천안함의 비극을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실로 안타까움이 크다.

군사작전에서 적의 방심(放心)과 허점을 파고드는 기습은 가장 기본적인 전술이다. 기습을 시도하는 군대는 기상천외(奇想天外)한 기만 전술을 시도하는 것은 물론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악조건도 돌파하는 일이 흔하다. 천안함도 물살이 빠르고 수심이 얕아 북한 잠수정이 도저히 침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리 군이 판단한 해역에서 피격됐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지속적으로 해안포 사격 훈련을 함으로써 천안함의 이동 경로를 바꾸도록 한 것도 기습작전의 일부였을 가능성이 있다. 사건 당일에도 북한 군은 해안포를 집중 기동함으로써 천안함의 운항을 특정 항로로 유도한 기색이 있다. 북한은 우리 해군의 움직임을 오랜 기간 관측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치밀한 작전을 세운 뒤 기습공격을 한 게 틀림없다.

적군은 호시탐탐(虎視眈眈) 기습 기회를 노리는데도 이를 가볍게 여긴 우리 군의 방심이 비극을 부른 것이다. 정보 수집 능력이 아무리 뛰어난들 흘려버리고 활용하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역사상 모든 전쟁에서 기습공격에 의해 전세(戰勢)가 기운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우리에게도 북한의 기습공격은 최대의 위협이다. 방심하면 언제든 당할 수 있다. 바짝 긴장해 경계하고 대비해야 한다. 우리 군의 맹성(猛省)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