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부터 MB정부에 날 세운 손학규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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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식(오른쪽) 총리가 4일 오후 민주당 대표실을 방문해 손학규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형수 기자]

“할 일이 태산이다. 하겠다고 해놓은 얘기는 많고….”

민주당 새 대표로 선출된 손학규 대표는 4일 오후 기자와 만나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지만 표정은 밝았다. 그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 대해선 각을 세워 민주당의 대여 공세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오전 9시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회의를 주재한 손 대표는 “우린 이명박 정부의 국민을 무시하는 반칙·반서민·반평화 정책에 결연히 맞서서 민주·민생·평화의 기치를 높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후 1시30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10·4 선언 3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 선언은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 결과로써 발표된 것이다. 기념식엔 한명숙 전 총리,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친노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손 대표는 “동포를 동포로 보지 않고 북한을 우리의 한 나라로 보지 않으면서 어떻게 8·15 경축사에서 평화공동체를 말할 수 있나. 정말 기본적인 철학의 빈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북한의 3대 세습과 관련해선 “현대 사회에서 이해하기 힘든 체제의 변화에 대해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일방적으로 (북한의) 개방을 요구하고 그렇게 하면 (1인당 소득) 3000달러 만들어 주겠다는 동포애가 없는 발상보다 북한 땅은 언젠가 통일해서 함께 살 땅이라고 하는 인식을 갖기를 바란다”며 정부가 변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오후 4시 손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찾았다. 이에 앞서 오전엔 국립현충원을 찾아 김대중 대통령 묘소도 참배했다.

이처럼 바쁜 일정을 소화한 손 대표는 축하 인사를 하기 위해 찾아온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 가시 있는 얘기를 했다. 그는 “서민과 농민 생활을 생각했다면 (배추 문제에 대해) 대비가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김황식 총리를 만난 자리에선 “공정사회를 실현한다는 게 우리 서민들이 느끼기에는 공허한 게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글=신용호·선승혜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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