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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하던 천안함 보고 정신이 아득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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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그날 밤 동료들 모두 고생했는데 혼자 상을 받게 돼 미안하네요.”

인천시 옹진군 어업지도선 227호의 선장 김정섭(56·사진)씨가 최근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지난 3월 백령도 해상에서 천안함이 침몰하던 당시, 칠흑 같은 밤바다로 출동해 위험을 무릅쓰고 해군 장병들을 구출해 낸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김 선장이 옹진군청으로부터 천안함 구조를 위해 출동을 통보받은 것은 3월 26일 오후 9시55분쯤이었다. 하루 종일 북방한계선(NLL) 해상에서 어업지도 활동을 한 뒤 대청도 선진포구항으로 돌아와 쉬고 있던 참이었다. 227호는 다른 2척의 어업지도선과 함께 20여 분 만에 사고 해역인 연화리 앞 1.8㎞ 해상에 도착했다. 천안함은 이미 함미 부분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오른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었다. 사고 해역에는 강풍과 함께 파도가 소용돌이치면서 어업지도선도 조리질을 쳤다. 김 선장은 “이곳 바다에서만 30년 이상 배를 몰았지만 악천후 속에 침몰해 가는 군함과 위기에 몰린 병사들을 대하니 정신이 아득했다”고 말했다. 이 순간 천안함 함교에서 차가운 바닷속으로 다이빙하듯 뛰어드는 한 병사가 눈에 띄었다. 나중에 천안함 전탐장 김정운(43) 상사로 밝혀진 이 병사는 차가운 바다를 헤엄쳐 파도에 떠내려가는 구명정을 천안함으로 끌고와 전우들을 구했다. 해경 경비함이 도착해 구조활동이 본격화되자 김 선장은 온몸이 새파랗게 얼어 있는 김 상사를 227호로 건져 올렸다. 227호는 천안함 뱃머리에서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던 하사 1명을 더 구출해 백령도 용기포항에 대기 중이던 군 앰뷸런스에 인계했다.

김 선장과 김 상사는 2개월여가 흐른 뒤 백령도에서 다시 만났다. 김 상사가 생명의 은인을 찾아 휴가를 내 김 선장을 찾아온 것이다. 김 선장은 “그날 밤을 생각하니 김 상사가 다시 살아 돌아온 듯 너무 반가웠다”고 말했다.

인천=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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