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이 빈곤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그렇다 55% 아니다 4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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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절대 다수가 빈부격차를 심각한 수준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절반 이상이 최근 몇 년간 생활 수준이 더 나빠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말 전국의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의식조사' 결과다. 연구원은 16일 사회문화정책 관계장관회의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빈부 격차에 대해 응답자의 63.5%는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고, 29.5%는 '약간 심각하다'고 답했다. 전체의 93%가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반면 '보통'이라는 답은 6.1%였고, '별로 심각하지 않다'와 '전혀 심각하지 않다'는 각각 1% 미만에 불과했다.

과반수 응답자들은 '살림살이가 점점 쪼들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년과 비교해 '생활수준이 나빠졌다'는 사람이 55%였고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38.6%였다. 나아졌다는 사람은 6.4%에 지나지 않았다. 나빠졌다고 응답한 사람을 소득계층별로 살펴보니 월 소득 20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61.8%)이 월 소득 300만원 초과의 고소득층(39.1%)을 크게 웃돌았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살기가 어려워졌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경제성장이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는 질문에 대해서는 찬성과 반대가 엇갈렸다. '그렇다'가 54.6%, '아니다'가 43.6%였다.

성장과 분배 정책 중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해 응답자들의 36.4%는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성장정책을 우선해야 한다는 응답은 29.7%였다. 분배 위주 정책을 펼쳐나갈 경우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이 가능할지에 대한 질문에는 '불가능하거나 지연된다'는 답이 '가능하다'를 압도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보는 눈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분배위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는 답이 가장 많았지만 성장위주, 성장.분배의 적절한 균형유지라는 응답도 많았다. 국민들은 경제적으로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유층과 기업이 앞장서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공정한 소득분배와 복지수준 향상을 위해 세금을 더 낼 용의가 있는지에 대해 전체의 18.6%가 '더 낼 수 있다'고 했으나 43.2%는 '부유층이 더 부담해야 한다'고 답했고, 12%는 '기업이 더 내야 한다'고 응답했다.

정부가 시급하게 해야 할 정책으로는 빈곤층에 대한 지원 및 복지서비스 확대가 가장 많이 지목됐다. 그 다음으로 기업의 경제규제 완화, 노사 안정을 통한 기업활동 보호, 세제혜택 등의 중산층 지원 등이 꼽혔다.

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더불어 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득분배의 왜곡 완화를 통한 계층간 사회통합과 공공.민간의 협력 체계구축을 통한 부문간 사회연대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적 시각보다는 양자의 조화를 추구하는 정책기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보건사회연구원은 200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을 더한 빈곤층은 479만명이며 이 중 349만명이 기초생계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주거 및 의료 혜택을 줄 경우 약 7조원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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