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라운지] 뉴질랜드 문화 알리기…외교관들 총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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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 뉴질랜드대사관 외교관들이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영어체험마을에서 뉴질랜드 전통 춤인 '하카'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영어체험마을 제공]

"카 마테 카 마테. 카 오라 카 오라(이것이 삶, 이것이 삶. 이것이 죽음, 이것이 죽음)."

4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영어체험마을 강당. 주한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들이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의 전통 춤인 '하카'를 노래와 함께 선보였다. 하카는 마오리족들이 전투를 앞두고 적군에게 겁을 주기 위해 추던 춤으로 뉴질랜드의 중요한 전통 문화유산이다.

존 라일리 서기관, 앤드루 프렌치 뉴질랜드 무역산업진흥청 참사관 등 외교관과 영어체험마을의 뉴질랜드인 교사 등이 한데 어우러져 우렁찬 목소리와 손.발 동작으로 '전사(戰士)들의 춤'을 멋지게 소화해 냈다. 이어 학생 30여명이 무대로 나와 하카를 배웠다.

뉴질랜드 최대 국경일인 '와이탕이 데이'(2월 6일)를 맞아 개최한 '뉴질랜드의 날' 행사에서다.

와이탕이 데이는 1840년 영국 왕실과 마오리 족장들이 조약을 체결한 날이다. 이 조약으로 영국은 뉴질랜드를 식민지로 삼았고 마오리족은 영국의 보호를 받으며 땅.숲.수산자원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게 됐다. 평화협정의 성격을 띠는 이 조약은 사실상 뉴질랜드 건국의 기초가 됐다. 올해 주한 뉴질랜드 대사관은 국경일 행사로 어른들을 초대하는 리셉션 대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무대를 마련했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제작한 뉴질랜드 소개 슬라이드를 상영했다. 뉴질랜드의 수려한 풍경이 나오며 영화 '반지의 제왕'을 촬영한 곳이라는 설명이 곁들여지자 탄성이 터져나왔다. 뉴질랜드의 위치.인구.역사 등부터 키위.유제품.양털 등 주요 생산품목, 정치제도, 마오리족의 인사법과 풍습 등 다양한 상식이 소개됐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으로 시작하는 연가를 마오리 언어로 배우는 시간도 마련됐다.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이 노래는 마오리족 전통 민요다.

이어 진행된 뉴질랜드 퀴즈 시간에는 '뉴질랜드 최고의 럭비팀은' '가장 인구가 많은 뉴질랜드 도시는' '뉴질랜드를 누가 발견했나' 등 쉽지 않은 문제들이 출제됐지만 학생들이 수월하게 맞혀 대사관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영어체험마을은 원어민 교사들과 함께 숙식하며 영어를 배우는 곳인데 지난 한 주일을 뉴질랜드 주간으로 정해 이 나라에 대해 공부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테레사 테일러 주한 뉴질랜드 대사 부인은 "서로 다른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이 될 것"이라며 "먼 훗날 아이들이 오늘을 기억하며 뉴질랜드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춤과 노래 등을 가르친 프렌치 참사관도 "이 어린이들이 모두 미래의 고객인 셈"이라며 웃었다. 이날 점심 식탁에는 뉴질랜드식 생선 튀김요리와 키위가 나왔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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