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선호는 선천적 현상,배속 태아도 우측 움직임 많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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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호 20면

2002년 8월 13일 세계 왼손잡이의 날을 맞아 영국 런던 레체스터 광장에서 왼손잡이들이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왼손잡이들이 전성기를 맞았다’라고 씌어 있는 팻말이 보인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인류는 양손중 ‘우세 손(잘 사용하는 한쪽 손)’을 발전시켜 왔다. 정확히 말하면 오른손만 쓰는 방향으로 학습과 전승이 이루어졌다. 이런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것이어서 학자들은 오른손의 우세 현상에는 문화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요인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즉 인간은 선천적으로 오른손을 잘 사용하게 태어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10주 된 태아가 왼쪽보다는 오른쪽 어깨를 더 많이 움직인다는 해외의 연구보고서를 감안할 때, 인류가 오른손을 우세 손으로 사용하는 것을 선천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왼손잡이 숫자가 적은 까닭

우세 손 현상이 왜 나타나고, 왜 하필 그것이 오른쪽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선천적인 요인에서 찾는다면 그 실마리는 아마도 뇌에서 찾아야 할 듯하다. 뇌에서 주요 이성적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는 좌뇌와 우뇌로 나뉘어져 있고 중간에 뇌량(좌·우뇌의 연결로)이 양쪽 뇌를 이어주고 있다. 뇌의 양쪽 반구는 형태적으로는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 그러나 양쪽 대뇌 반구는 기능적으로는 비교적 분명한 분화와, 특정 기능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편재화 특성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예외도 있겠지만) 우뇌는 공간 정보 처리나 정보의 통합적 처리에 우세하고, 좌뇌는 언어 정보 처리나 지엽적 정보 처리에 우세하다고 관찰되고 있다.

뇌 기능의 좌우 편재화는 이러한 인지·추론 같은 고위 기능보다 운동이나 감각 같은 낮은 단계의 정보 처리 작용에서 훨씬 더 분명하다. 예를 들어 시야의 오른쪽에서 오는 정보는 (오른쪽 눈에서 오는 정보와는 다름) 일차적으로 그 반대쪽인 좌뇌 쪽으로만 전달이 되고, 시야의 왼쪽에서 오는 정보는 일차적으로 우뇌 쪽으로만 전달된다. 이런 현상은 운동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오른쪽 신체 움직임의 직접적인 통제는 전적으로 좌뇌가 담당한다. 신체의 왼쪽 움직임의 직접적인 통제는 전적으로 그 반대쪽인 우뇌가 담당한다.

왼손잡이가 더 똑똑하다고는 말할 수 없어
우세 손이 발생한 이유가 좌뇌와 우뇌 중 한쪽 뇌만이 주도적으로 의식적이고 정교한 손 움직임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우세 손이 주로 오른손인 이유는 그런 기능을 주로 좌뇌가 담당하고 있고 좌뇌가 통제하고 있는 손은 오른손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지금도 많은 학자들이 우세 손에 대한 설명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논란이 많고 그런 현상에 대한 명쾌한 설명은 없는 상태다.

우세 손을 뇌 기능 분화와 결부시켜 해석한다면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의 뇌 작용에는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즉 같은 정보라 할지라도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는 정보를 다른 방식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왼손잡이는 우뇌가 우세하기 때문에 정보를 주로 통합적으로 해석하고, 오른손잡이는 좌뇌가 우세하기 때문에 정보를 주로 분석적으로 해석한다는 식으로 이해할 수가 있다.

그러나 그런 부분적인 능력이나 방법의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똑똑하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물론 왼손잡이 중에서 뛰어난 사람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나 세계 최대 갑부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전 회장도 왼손잡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뛰어난 왼손잡이의 수보다는 뛰어난 오른손잡이의 수가 훨씬 많을 것이다. 빌 게이츠 전 회장이나 오바마 대통령과 같이 유명한 인물들이 왼손잡이여서 뛰어난 오른손잡이보다 상대적으로 부각될 뿐이다. 정확한 비교를 하려면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의 인구 비율을 바탕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의 우세 손을 비교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전 세계적으로 왼손잡이 비율은 대략 10% 내외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왼손을 우세 손으로 사용하는 사람 중 탁월한 사람의 비율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는 없는 실정이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새롭게 어떤 작업을 시도한다거나 왼손잡이가 익숙하지 않은 오른손으로 손동작 같은 것을 배우려고 한다면 이는 분명히 뇌에 새로운 자극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평소에 잘 안 쓰던 두뇌 부위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도는 뇌 신경 간에 새로운 시냅스(뇌 신경연접)를 생성시키고 뇌에 더 많은 활성화를 유발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의 경우 왼손잡이에게 오른손을 쓰게 유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결과적으로 뇌 기능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지나친 강요로 인해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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