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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종이 인형을 만들려면

중앙일보

입력


평면종이에서 어느 순간 볼록하게 입체감이 살아난다. 한겹씩 바르는 종이 위로 방긋 웃고 있는 입과 조그만 코도 생겨난다. 닥종이 인형이 탄생하는 모습이다. 닥종이 작품 ‘천사들’의 신혜정 작가(ART KOREA 전시감독)에게 자연을 담은 닥종이 이야기를 들었다. 

질기면서도 부드러운 닥종이

닥종이는 한지를 부르는 다른 이름이다.한지를 만드는 다양한 원료 중 하나가 닥나무 껍질이기 때문이다. 닥종이를 흔히 한지라고 부르는 이유는 서양의 종이인‘양지’와 비교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다.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종이가 목재를 재료로 하는 서양의 공법으로 만들어진 양지다.

인형을 만들기 위한 닥종이는 여러가지 복잡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닥나무 껍질을 삶아 처음 얻게 되는 재료가 피닥이다. 이것을 다시 물에 불려 백닥을 만든 뒤 삶고 표백하는 여러 공정을 거쳐 닥을 만든다. 액체상태로 뭉쳐 있는 닥을 종이 한장의 얇기로 곱게 떠내는 발뜨기를 해 건조시키면 비로소 한 장의 닥종이가 만들어 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닥종이는 질긴 동시에 부드럽다는 특징을 가진다.

신 작가는 “윤택이 나며 통풍성이 좋을뿐 아니라 보온성도 뛰어나 천 년을 가도 쉽게 상하지 않는다”고 닥종이의 장점을 설명했다.

닥종이는 생활공예품의 재료로 유용하게 사용된다. 길고 고우며, 섬유질이 풍부해 일상생활 소품으로 사용해도 쉽게 망가지지 않는다. 한쪽 결을 제외한 다른 방향으로는 잘 찢어지지 않을 정도로 질긴 것도 장점이다. 신 작가는 “물감이나 먹물, 기름을 잘 먹는 성질도 공예품을 만들기에 편리하다”며 “공예가들에게 닥종이는 매력있고 호감가는 재료”라고 말했다.

한겹씩 붙여가며 인물묘사해

닥종이의 종류는 다양하다. 닥나무 껍질외에도 소나무 껍질이나 솔잎을 섞어 만들 수 있다. 만들 작품의 특성에 맞춰 뽕나무껍질이나 마대를 이용해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닥종이를 이용해 만드는 인형은 인내심과 정성을 요구하는 작품이다. 한 장의 종이를 한겹, 한겹씩 뜯어 붙이고 말리는 과정을 수개월 동안 반복해야 한다. 종이를 여러 겹 덧붙여 만들어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작품의 수정이 가능하다.

신 작가는 이러한 긴 시간을 활용해 ‘천사들’ 속 인물들의 표정과 행동을 섬세하게 다듬었다. 그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표정을 살리는 데 가장 중점을 뒀다”며 “주위의 실제 아이들을 꾸준히 관찰하며 가장 순수한 표정을 포착하는데 신경썼다”고 말했다.

닥종이 작품은 시간과 공을 들이면 누구나 도전해볼 수 있다. 그는 “자연을 담은 닥종이의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이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단순히 만들기에 그치기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해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도전을 해보라”고 권했다.

[사진설명]닥종이 인형은 만드는 과정의 특징상 인물의 표정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신혜정 作 ‘천사들’

<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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