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독일 건설사 영입 … 자금력 보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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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결국 ‘현대’와 ‘현대’의 대결이다. 외환은행 등 채권단이 1일 현대건설 입찰참가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한 결과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그룹 컨소시엄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7일, 현대그룹 컨소시엄은 접수 마감일인 1일 각각 LOI를 냈다. 익명을 원한 채권단 관계자는 “인수에 관심을 가진 중동계 투자자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는 국내사 2곳만 참여했다”고 전했다.

현대그룹은 독일 건설전문기업 ‘M+W그룹’을 전략적 투자자(SI)로 끌어들였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M+W그룹을 전략적 투자자로 유치해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우리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단독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략적 투자자나 재무적 투자자(FI)가 참여할 경우 과도하게 경영권과 수익률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어 단독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인수가격은 3조5000억~4조원 선이다. 채권단이 매각하는 현대건설 주식 수(3887만9000주)의 시가(1일 종가 기준)가 약 2조8000억원이고,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30%를 더하면 3조6400억원이 된다. 인수경쟁이 가열되면 인수가격이 4조원 수준이 될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 주력 계열사(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는 현금과 현금성 자산만 3조5000억원 넘게 갖고 있다. 인수 자금을 그룹 내부에서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현대그룹은 1조5000억원 수준의 자금력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추가 인수자금을 M+W그룹을 비롯한 투자자로부터 끌어와야 하는 것이다. 삼성증권 박은경 연구원은 “지난해 금호 사태를 겪은 금융권이 전략적·재무적 투자자가 참여하는 것에 대해 어떤 점수를 주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권단은 다음 달 12일 본입찰을 마감한다. 이후 곧바로 우선협상대상자 한 곳을 선정해 연말까지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독일 M+W그룹은=현대그룹이 손잡은 M+W그룹은 건설전문기업이다. 첨단기술 시설과 생명과학·에너지·환경기술 관련 시설을 짓고 있다. 지금까지 200개 이상 반도체 공장과 7700㎿ 이상 태양광발전소, 대규모 연구시설을 건설했다.

1912년 창립한 M+W그룹은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본사를 두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부동산·금융 관련 계열사도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연결재무제표상 그룹 전체 매출액은 15억5712만 유로(약 2조6000억원)다. 지난해 매출의 절반 이상(56.2%)을 중국·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서 올렸다. 전 세계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현재 4384명이다. M+W그룹의 게오르크 스툼프 회장은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빈의 최고층 빌딩(50층)인 밀레니엄타워를 1990년대 말 건설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스툼프 회장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건설업계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고 설명했다. 

강병철·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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