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나 당당한 멋 … 조선 목가구의 선과 결 느껴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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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목제패물함(木製貝物函), 19세기, 24.0×23.9×21.9㎝. 뚜껑을 연 모습. [호림박물관 제공]

조선의 목가구는 소박하면서도 당당하고, 화려하면서도 지나치지 않은 절제미를 지녔다.

호림박물관이 소장한 조선시대 목가구 60여 점을 선별한 ‘조선의 디자인, 목가구’ 특별전이 서울 신사동 호림아트센터 내 지하1 층 JNB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흔히 사용공간·신분·성별 등에 따라 작품을 구분한 기존의 목가구전과 달리 호림은 이번 전시에서 가구의 조형성에 초점을 맞췄다. ‘선과 면’ ‘장식’ ‘결’ 세가지 디자인 요소에 따라 분류·전시한 것이다.

‘선과 면’에 해당하는 작품은 서안(書案)·책장·약장·장롱 등이다. 간결하면서도 뚜렷한 선과 각 부위간 적절한 면 분할은 목가구의 기능성을 최대한으로 살리면서 미적 가치도 극대화시킨다.

조선의 목가구는 기본적으로 자연적인 조형미를 추구했다. 그러나 목재의 구조적 결함을 보강하고 상징성과 아름다움을 더하기 위해 장석을 부착하거나 간결한 조각을 덧붙여 장식하기도 했다. 전시작 중 각종 함과 반닫이, 소반, 각게수리 등이 그러한 장식이 된 가구다.

조선의 목가구는 자연스러운 나무의 결로 은근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나무의 나이테가 곱고 선명해 나무의 결도 아름답다. 조선의 목가구는 나무결을 좌우대칭으로 배치하고 지나친 광택과 색채를 쓰지 않는 등 자연미를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연상(硯床)·문갑·사방탁자 등이 이러한 결을 잘 살린 작품이다. 전시는 24일까지. 6일 오후 2시에는 용인대 박영규 교수의 ‘조선 목가구의 조형성’을 주제로 한 특강도 열린다. 02-541-3523~5.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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