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기자 잡는 블로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미국 CNN의 이슨 조던 뉴스본부장(사진(左))이 '말실수' 때문에 사임하게 된 데는 블로그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조던 본부장은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한 발언이 블로그를 통해 알려진 뒤 파문이 커지자 최근 사퇴했다. 지난해에는 CBS의 간판 앵커 댄 래더(사진(右))의 오보를 블로거가 집요하게 파헤친 끝에 래더가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5개월 만에 미국의 거물 언론인 두 명이 블로그 때문에 추락한 것이다.

◆ CNN 뉴스본부장 사임=지난달 말 조던은 다보스 포럼의 한 패널에 참석, "이라크에서 미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언론인 가운데 일부가 표적살해됐다고 믿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의 발언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는 사임 성명에서 "미군이 우발적으로 언론인들을 사살했을 때 악의를 가지고 행동했다는 것을 암시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조던이 발언한 현장에 있던 미국인 로니 아보비츠(34.의료기술업체 사장)는 포럼이 끝난 뒤 '미군은 이라크에서 언론인들을 겨냥했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다보스 포럼이 올해 처음 오픈한 '포럼 공식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필진이었다. 그는 "원칙적으로 패널에서의 발언은 비보도 조건(Off the Record)이었기 때문에 다른 기자들이 보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블로그에 썼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해 퍼진 글은 CNN의 진보적 성향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던 보수파 블로거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이들은 "CNN의 진보적인 편향성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맹공격했다.

◆ 댄 래더의 오보 파헤친 블로거=미국 대통령선거 캠페인이 한창이던 지난 9월 CBS방송의 간판 앵커 댄 래더는 보도 프로그램 '60분'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주방위군 복무시절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보도 이후 한 보수 성향의 블로거가 "보도의 근거가 된, 당시 부시의 상관이 남긴 메모는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30여년 전의 것이 아닌 최신형 타자체 등으로 작성됐다"는 것이다. 타자기 전문가라는 다른 블로거는 워드 프로세서로 똑같은 문체의 메모를 만들어 스캔해 블로그에 띄웠다. 파문이 확산되자 기존 언론매체들이 취재에 들어갔고 두 달 뒤 댄 래더는 은퇴를 발표했다.

◆ 미국, 대선 치르며 블로그 붐=미국인들을 블로그로 끌어들인 것은 정치였다. 미국에서의 블로그 붐은 지난해 대선을 치르면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조사 결과 "미국 성인 인터넷 사용자의 27%가 블로그를 읽는다"고 답했다. 지난해 초 조사 때의 17%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박현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