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목포대 조선해양공학과 ‘산학협력 효과’ 취업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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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부산대 첨단조선해양공학센터 내 실험수조에서 김문찬 교수(가운데)가 ‘저항추진 실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대는 조선업체와 공동연구도 실시해 매년 20억원을 지원받는다. [송봉근 기자]

이날은 조선해양공학과 3학년 수업인 ‘저항 추진 실험’ 수업이 진행됐다. 갑자기 “쏴아” 하는 소리가 나면서 인공 파도가 수조 위에 일렁였다. 모형 선박들이 파도 위에서 얼마나 저항을 받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이었다. 학생들은 실제 배를 설계하기 전에 이런 실험을 통해 배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저항값을 계산한다. 학과장인 김문찬 교수는 “실제 배를 바다에 띄우려면 반드시 이런 수조 실험을 거쳐야 한다”며 “이 정도의 대규모 수조를 갖춘 대학은 전국에 몇 곳 없다”고 자랑했다.

삼성중공업 등 주요 조선업체도 대형 선박을 만들기 전에 부산대를 찾아온다. 모형 배 실험을 하기 위해서다. 부산대 첨단조선공학연구센터는 공동연구 차원에서 기업들로부터 매년 20억원을 지원받고 있다. 울산대도 이런 대형 수조를 갖추고 있어 조선업체들이 위탁한 실험이 연중 끊임없이 진행된다.

조선해양공학과는 이처럼 기업과 대학 간 산학협력이 특히 활발한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산학협력은 한국이 세계 제1위(선박 수주량 기준)의 조선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또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 고 있다. 특히 대학들은 ‘기업 맞춤형 교육’을 통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올해 조선해양공학과 분야 평가에서는 부산대가 1위를 차지했다. 목포대·서울대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세 대학은 모두 조선업계와의 산학협력을 통해 큰 시너지 효과를 냈으며 취업률도 높았다.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의 지난해 취업률은 92.8%였다. 올해 이공계열 평가 대상 학과(7개) 중에서도 단연 높은 취업률이다. 취업의 질도 다른 학과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최근 3년간 대우·삼성·현대 등 빅(Big)3 조선업체 취업자만 61%나 된다. 평균 초봉(연봉 기준)도 4000만원 이상이다. 올 상반기 삼성중공업에 합격한 4학년 박경화(22·여)씨는 “4학년이 되면 절반 정도가 상반기에 취업을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우수한 학생들을 데려가기 위해 재학 때부터 장학금과 해외연수 등 각종 지원을 한다. 채용 때는 가산점도 부여한다.

경남 지역에 비해 조선소 수와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호남지역에서는 목포대가 높은 취업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취업률은 65%였다. 지난해 졸업생 중 상당수가 지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채용됐다.

목포대는 교내에서 진행하기 힘든 실습을 하기 위해 현대삼호중공업·대한조선 등 5개 지역 업체에 산학공동교육실을 설치했다. 학생들이 직접 기업 현장에 찾아가 현장 수업을 받게 한 것이다. 지난 5년간 이곳에서는 36회에 걸쳐 1300여 명의 학생이 교육을 받았다. 재학 중에 기업 실무 현장에서 탄탄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취업에서도 훨씬 유리했다. 학생들이 졸업 전에 이미 회사 설비나 장비를 능숙하게 조작할 수 있다 보니 기업들도 앞다퉈 데려가게 된 것이다. 이 대학 송하철 학과장은 “지속적인 산학 교류를 통해 지역업체 취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목포대는 역사는 짧지만 서남권 조선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대와 목포대가 졸업 후 현장 진출이 활발하다면 서울대는 연구 분야 진출이 두드러진다.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는 졸업 후 60%가량이 대학원에 진학한다. 서울대가 고급 기술인력과 우수 연구인력을 양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대학원 중심 교육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석·박사 학위를 딴 뒤에도 기업보다 연구소에 자리를 잡는 경우가 많다.

◆2010 중앙일보 대학평가팀=강홍준 팀장(본지 교육개발연구소장), 김성탁·이원진·이충형·박수련·장주영·박유미 기자, 유지연·이혜영 연구원. 연락처 webmaster@jedi.re.kr

자세한 내용은 중앙일보 교육개발연구소 홈페이지(www.jedi.re.kr)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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