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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태극소녀들, 말솜씨도‘월드 챔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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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주장 김아름(오른쪽)이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은 골든볼(최우수선수)과 골든부트(득점왕) 트로피를 들고 있는 여민지. [인천공항=뉴시스]

영웅들이 돌아왔다.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을 제패한 U-17 여자축구대표팀이 28일 금의환향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300여 명의 가족, 축구 관계자, 팬들의 환영과 200여 취재진이 벌인 취재경쟁을 접하며 이들은 자신들의 높아진 인기를 실감했다.

‘승장’ 최덕주 U-17 여자대표팀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와 여자축구연맹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우승이 가능했다. 성원해 주신 국민들께도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그라운드를 벗어난 스물한 명의 소녀전사들은 발랄한 여고생으로 돌아와 있었다. 연신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에 긴장했던 이들은 이내 재치 있는 말솜씨로 우승을 자축했다.

주장 김아름(포항여전고)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떨린다. 하지만 우리는 열일곱 살이다. 지금 발랄한 척하고 있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유도했다. 네티즌으로부터 일본 선수 나카다 아유와 미모 경쟁의 주인공으로 꼽힌 이유나(강일여고)는 “경기에서는 당연히 우리가 일본을 이긴다. 미모 경쟁에서도 이기려면 (사진기자들이) 더 예쁜 사진을 올려 줘야 한다”고 애교 섞인 불평을 했다. 대회 2관왕(최우수선수·득점왕)에 오른 여민지(함안대산고)는 “엄마가 해준 밥을 빨리 먹고 싶다”며 웃었다.

선수들은 고비를 넘어 세계 최정상에 오른 저력의 원천이 서로에 대한 믿음이라는 것을 재확인시켜 줬다. 승부차기 1번 키커로 나서 실축한 이정은(함안대산고)은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우리가 이기는 순간 너무 기뻐 고함을 질렀는데 정신을 잃고 경기장에 쓰러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골키퍼 김민아는 “결승전에서 (내) 실수가 많았다. 동료들이 그 실수를 만회해줬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투혼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국민들에게 기쁨을 줬지만 척박한 여자축구 현실은 그대로다. 최덕주 감독은 “(여자축구의) 저변이 더 확대돼야 한다. 초등학교부터 더 많은 학교가 창단해야 지금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바람을 얘기했다.

공항까지 찾아가 선수단을 맞이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투혼으로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줘 고맙다. 대학·실업팀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선수들이 더 힘낼 수 있도록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겠다”고 화답했다.

선수들은 이날 저녁 서울 상암동 하늘공원에서 열린 환영행사에 참석, 연예인들의 공연을 즐겼다. 피곤도 잊은 듯 가수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대표팀은 29일 청와대를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한 뒤 해단한다.

인천공항=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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