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선택] 대한항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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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최근 항공사들의 실적은 날개가 달린 형국이다. 금융 위기 직후 푹 꺼졌던 해외여행이 살아난 데다 화물도 넘쳐난다. 화물은 올 들어 예상 밖으로 선전하고 있다. 대체로 항공 화물운송은 4분기가 정점을 이룬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휴대전화 등 정보기술(IT) 제품의 수출 물량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올해도 1분기 운송실적은 지난해 4분기보다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는 달랐다. 지난해 4분기에 66만3000t이었던 인천국제공항의 국제 항공화물 운송 실적은 올 1분기에 64만1000t으로 전분기보다 3.3% 감소하는 데 그쳤다. 2분기에는 다시 69만6000t으로 늘었다. 수출이 잘 된 덕이기도 하지만 인천공항의 공로도 크다. 동남아시아나 중국에서 미주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는 ‘환적 화물’이 많이 늘었다. 인천공항이 뛰어난 기능과 편의성을 바탕으로 동북아 허브 공항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항공사들이 반사 이익을 보고 있는 것이다.

곧 3분기 실적 시즌이 되면 항공사들의 실적 개선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3분기는 전통적으로 화물 운송 비수기다.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올해는 화물 분야의 사정이 좀 다르다. 게다가 여객은 최고 성수기다. 여름 휴가철에다가 올해에는 긴 추석 연휴까지 끼었다. 한국과 중국 두 나라를 오가는 여행객도 크게 늘었고, 미주로 가기 위해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는 일본 승객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점들로 인해 올 3분기에 항공사들은 분기 사상 최고 여객 운송 실적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 실적 전망도 괜찮다. 일단 동북아 허브로 자리 잡은 인천공항이 국내 항공사들의 실적을 뒷받침하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연료비 걱정 역시 접어둬도 좋을 듯하다. 기름값이 2008년과 같은 폭등세를 보일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기름값 급등을 억누르려고 미국과 유럽이 원유 투기에 대한 규제를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원화 강세 흐름도 연료비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

항공사들의 전망이 다 좋지만 그중에서도 대한항공을 톱픽으로 제시한다. 대한항공은 국내외 저가 항공사의 공세 속에서도 어엿한 프리미엄 항공사로 자리 잡았다. 저가 항공사보다 훨씬 비싸지만 고객들이 ‘그만한 돈을 치를 가치가 있다’고 인정했다. 빈자리가 적다는 게 이런 점을 증명한다. 실적도 가파르게 좋아지고 있다.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의 9배인 1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시쳇말로 무지막지한 실적 개선이다.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던 2007년(6368억원)의 두 배에 가깝다. 주변 여건상 올해의 호실적은 적어도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능성이 희박하다지만 국제 유가가 다시 가파르게 올라 실적에 흠집을 내는 일이 절대 없다고 잘라 말하기 힘들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실적 개선세를 타고 주가가 지난해 말 5만4900원에서 7월 초 8만4100원까지 올랐다. 가파른 오름세에 9월 중순까지는 조정을 거친 뒤 최근 들어 다시 오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실적만큼 주가는 따라가지 못한 상태라고 판단된다.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올해 주가순이익 비율(PER)은 6.1배다. 9배 안팎인 유가증권 시장 평균을 한참 밑돈다. 영업이익이 올해의 절반 수준이었던 2007년에 대한항공 주가가 8만8900원으로 사상 최고점을 기록했다는 점도 올해 주가 전망을 밝혀주는 부분이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
제1회 중앙일보·톰슨로이터 애널리스트어워즈 운송 분야 투자추천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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