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53개국, 한동대 37개국 학생 몰려와 ‘글로컬 캠퍼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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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경제학과 4학년 카미카지 에메 지슬렌(22)은 아프리카 대륙 중앙에 있는 부룬디 출신이다. 이 대학에서 부룬디 국적은 카미카지가 유일하다. 그는 2007년부터 장학금을 받고 다니고 있다. 카미카지는 “이대 최초의 부룬디 사람”이라며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 모국으로 돌아가 전쟁으로 상처를 입은 나라의 발전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학교를 다니는 외국인 학부·대학원생은 53개국 388명. 외국 학생 중엔 중국 국적자가 많지만 외국인 학생의 국적 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외국 학생들을 국내로 불러 들이는 인바운드(In-bound) 국제화가 진화하고 있다. 그동안은 단순히 외국인 학생 수를 늘리는 정도였으나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을 불러들여 캠퍼스 국제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대학평가팀은 올해 대학평가에서 학위 과정을 다니는 유학생의 외국 국적 수와 인원 수를 종합해 다양성 지수를 산출했다.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공부하는 캠퍼스가 어디인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국제화의 다양성이 강한 곳은 이화여대·한동대·고려대(안암) 등으로 나타났다.

이화여대는 기숙사에서 외국인 학생들이 공동으로 식사하는 식당엔 음식 성분을 표시하게 하고 있다. 학생들이 속한 문화권에 따라 못 먹는 음식이 있기 때문이다.

한동대는 학위 과정 유학생 수가 올해 1학기 현재 192명이나 이들의 국적이 37개국이다. 다양한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활동하고 있다. 학생들이 1년간 한국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 학생이나 교수와 일대일 멘토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도 특징이다.

대학 캠퍼스가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들어오면서 가장 달라진 것은 영어 강의가 많아진 것이다. 외국 유학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영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건국대는 영어 강의 비율이 전체 전공 강의 중 13.8%(15위)에서 28.7%(10위)로 높아졌다. 전체 4년제 일반 대학의 영어 강의 비율(평균 7.8%)을 상회한다. 명지대의 영어 강의 비율도 2.5%(46위)에서 18.3%(15위)로 늘어났다. 명지대는 국제화 부문 22위(지난해 39위)에 올랐다. 숭실대는 지난해 국제화 부문에서 36위였으나 올해 25위로 9계단 상승했다. 학위 과정에 들어온 외국인 학생 수가 늘어난 덕분이다.

하지만 대학의 국제화는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상당수 대학은 외국인 학생 숫자 늘리기에만 매달려 교육 내용의 부실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지방의 한 대학은 올 1학기 외국인 학생 392명 가운데 베트남 학생 1명을 제외한 391명이 중국인 학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학은 다양성 지수로 따져 바닥권이었다.

지방 C대의 기획처장은 “중국이나 베트남 학생이 없으면 실험실 운영이 안 되는 게 지방대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단순 어학 연수생 등 학위와 무관한 외국인 학생들이 국내에 가장 많이 들어와 있는 대학은 서강대다. 전체 재학생 중 6.5%가 외국인 어학연수생으로 조사됐다.



부산외대, 외국 대학 12곳과 복수학위 협정 1위

유학 가는 국제화 평가

국내 대다수 대학들은 재학생들이 외국 대학에서 2~3년간 공부한 뒤 복수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세계의 유수한 대학들과 공동·복수학위 협정을 맺어 국내 대학에 입학하고도 외국에서 유학한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한 것이다.

대학평가팀이 국내 대학과 외국 대학 간 교류 현황을 분석한 결과 복수학위 협정을 가장 많이 맺은 대학은 부산외국어대였다. 중국 4곳(톈진외대 등), 일본 4곳(나고야외대), 베트남 2곳(하노이사범대 등), 호주 2곳(선샤인코스트대 등) 등 12개 대학과 협정을 맺었다. ‘2+2’ 체제 운영으로 학생들은 국내에서 2년, 외국에서 2년간 공부하면 국내와 외국 대학에서 학사학위를 딸 수 있는 것이다.

류선규 부산외대 총장은 “국내 대학 수준의 등록금을 내고 외국에서 유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학비가 덜 드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학생 개인 자격으로 유학을 갈 경우 부담해야 하는 학비보다 대학 간 교류에 의해 유학 간 학생이 내야 하는 학비가 저렴한 것이다.

충남대는 미국의 락헤이븐대·미시간대·노스다코타주립대·일리노이공대 등 9개 대학과 복수학위, 학점·학생교류 협정을 맺었다. 올해 4월을 기준으로 157명을 내보냈다.

부경대는 미국·일본·호주 등지의 6개 대학에서 복수학위 교류를 하고 있다. 연세대는 워싱턴대 등 미국 지역 3곳과 일본의 게이오대, 스위스의 제네바대(국제기구MBA), 세인트갈렌대에서 복수학위를 받을 수 있다.

복수학위 외에도 국내 대학과 외국 대학 간 학점 교류로 단기간 연수를 떠나는 길이 있다. 고려대는 올해 4월 기준으로 스웨덴·우크라이나 등 27개국 대학들과 학점 교류로 176명을 유학시키고 있다. 외국 대학과 가장 많은 학점 교류를 하는 국내 대학은 한국외대로 나타났다. 올 1학기 기준으로 49개국에 학부·대학원생 1126명이 유학 중이다.



외국 유학생 출신국 따져 다양할수록 가점 첫 적용

국제화 평가 어떻게 했나

국제화 부문 평가는 2006년 중앙일보 대학평가부터 도입됐다. 올해에는 이 부문에서 국가별 다양성을 처음으로 측정했다. 이를 위해 새로 만든 ‘학위 과정 외국인 학생 비율 지표’는 단순히 국내 대학에 와 있는 외국인 학생 수만 따지는 게 아니라 얼마나 다양한 국가의 학생들이 유학하고 있는지를 함께 측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다양한 국가의 학생들을 유치한 대학이 더 좋은 점수를 받는다. 영어 강의 비율 평가에서는 전체 전공 강의 중 영어 강의가 절반만 넘으면 만점(20점)을 받도록 상한선을 뒀다. 이 같은 상한선 설정은 중앙일보 대학평가 자문단의 의견에 따른 것이다. 국내 대학들이 영어 강의를 늘리고 있으나 50%를 훨씬 상회할 경우 오히려 국내 학생들이 교육에 있어 불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국제화(70점)

▶ 2010년 전체 전임 교수 중 외국인 교수 비율(20)

▶ 2009년 2학기, 2010년 1학기 학위 과정 외국인 학생 비율(15, 다양성 지수 반영)

▶ 같은 기간 해외 파견 교환학생 비율(10)

▶ 같은 기간 국내 방문 외국인 교환학생(어학연수 등) 비율(5)

▶ 같은 기간 전체 전공 강의(제2 외국어 등 전공 강의 제외) 중 영어 강의 비율(20)



◆자문단=한재민 고려대 기획예산처장(위원장), 조병춘 경희대 사무국장, 강영욱 계명대 기획정보처장, 이명면 동국대 전략기획본부장, 오명도 서울시립대 기획연구처장, 남궁문 원광대 기획조정처장, 진윤수 충남대 기획처장, 박혜경 한동대 기획처장

◆2010년 중앙일보 대학평가팀=강홍준 팀장(본지 교육개발연구소장), 김성탁·이원진·이충형·박수련·장주영 기자, 유지연·이혜영 연구원. 연락처 webmaster@jedi.re.kr

자세한 내용은 중앙일보 교육개발연구소 홈페이지(www.jedi.re.kr)를 참조하세요

대학평가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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