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선 벌써 “추가 대책을” 정부 “더 내놓을 게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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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8·29 대책)이 한 달 동안 시장에 미친 효과를 요약한 말이다. 주택 매매값이 급락하는 것은 일단 막았지만 의도했던 거래 활성화는 아직 미미한 편이다. 반면 전셋값이 꿈틀거리는 등 부작용이 먼저 나타나고 있다.

27일 국토부에 따르면 총부채상환비율(DTI) 자율 적용이 시작된 이달 3일부터 24일까지 각 금융사가 국토부 전산망에 무주택 또는 1주택 여부 확인 조회를 요청한 건수는 75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수도권의 8월 한 달간 주택 거래량(8091건)의 9.3%에 이르는 수준이다.

6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9월 24일 현재 204조7732억원으로 8월 말에 비해 8062억원(0.39%) 늘었다. 국토부는 이를 근거로 “시행된 지 한 달도 안 됐고 추석 연휴가 끼었는데도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 구입 수요가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담보대출 증가가 DTI 완화의 영향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또 담보대출 증가 규모가 예상보다 미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13일부터 시행된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도 24일까지 140건에 약 100억원가량 신청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됐던 2001년과 중단 후 재시행됐던 2005년의 경우 시행 초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에 비하면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다.

전국 집값은 약간 올랐다. 대책이 나오기 전 3주 동안 전국 아파트값은 변동이 없었지만 대책 발표 후 3주 동안엔 0.14%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DTI 자율 적용이 직접 영향을 미치는 수도권의 경우 급락은 멈췄지만 하락세(-0.15%)는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천의 경우 발표 후 0.24%가 하락해 발표 전 3주 동안보다 하락폭이 더 컸다.

더 큰 문제는 전셋값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대책 발표 후 0.28% 올랐고, 신도시는 0.14%, 수도권은 0.49%, 전국적으로 0.33%가 각각 상승했다. 시기적으로 가을 이사철이 시작된 데다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집을 사려는 계획을 미루고 전세로 눌러앉는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투자수요를 시장에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집값이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지방의 미분양 주택에만 한정된 양도세와 취득·등록세 감면을 수도권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추가 대책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8·29 대책은 DTI 규제 완화 등 여러 방안을 포괄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논의 중인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을 빼면 당장 더 내놓을 만한 대책도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 진현환 주택정책과장도 “20일부터 수도권 매입임대사업자 등에 대한 세제지원도 시행된 만큼 앞으로 이와 관련한 수요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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