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약 안 쓰는 치료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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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운동, 효과 1등급 수준

유럽과 미국 등에서 많이 시행하고 있는 독서치료와 운동치료는 대부분의 논문에서 효과가 좋은 것으로 발표돼 1등급을 차지했다. 독서요법은 우울증 환자용으로 개발된 책을 읽으면서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꿔놓는 것이다.

신체적인 자극이 뇌의 활성을 돕는다는 원리를 활용한 것이 운동요법이다. 30분의 러닝머신 걷기만으로도 긴장감·우울감·피로감·부정적 생각이 많이 줄어든다는 논문도 나와 있다. 영국 정신건강재단(MHF)은 영국 의사들 중 22%가 약물 대신 운동을 처방하고 있으며 이는 3년 전 5%보다 네 배 이상 늘어난 수치라고 밝혔다.

계절성 우울증일 때는 빛 치료도 1등급 효과를 나타냈다. 빛이 줄면 멜라토닌과 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감소돼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4000룩스 정도의 치료용 광학기구를 30분~1시간 몸에 쪼이면 우울증이 개선된다.

일부 비타민 요법도 1등급 수준이었다. 엽산을 항우울제와 함께 복용하면 우울증 치료에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비타민 B·C·D·셀레늄 복용도 큰 치료 효과가 있었다. 서양의 약초인 세인트존스워트(St. John’s wort) 복용도 1등급 수준의 치료 효과를 보였다. 운동요법은 혼자 해도 별 무리가 없지만 독서나 빛 치료, 비타민 요법은 정신과의사의 상담을 받은 뒤 실시해야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침술·음이온치료는 2등급

경혈 부위에 침을 놓는 것도 우울증 개선에 효과가 있다. 서양에서는 특히 전기를 이용한 침술이 발달했다. 침요법이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등을 합성하고, 방출해 약 만큼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몇몇 논문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결과도 있어 2등급에 머물렀다.

음이온치료는 계절성우울증 환자에게 2등급의 효과를 보였다. 환자를 고농도의 음이온에 노출시켰더니 세로토닌이 증가해 우울증이 개선됐다는 것. 명상·마사지·요가 등도 여러 논문에서 효과를 보여 2등급에 소개됐다.

반면 은행추출물도 낮은 등급을 나타냈다. 뇌혈관질환과 연관된 우울증에 효과가 있다는 가설은 많았지만, 직접적인 효과를 증명한 연구결과는 없었다. 글루타민·페닐알라닌·타이로신 등 아미노산 계열의 제제, 천연프로게스테론 제제 등도 약간의 효과가 인정돼 4등급을 받았다. 최근 아로마요법도 등장하고 있지만 우울증 개선 효과를 입증하지는 못했다. 단 마사지와 병행했을 때 효과가 있다는 논문은 있었다. 동양은 물론 서양에서도 우울증 치료에 많이 쓰이는 한약인 야생귀리·레몬기름·생강 등 복용 효과도 근거 수준이 낮았다.

알코올은 경우에 따라 소량 효과가 있다는 논문도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문이 섞여 있어 근거 수준이 약했다. 설탕과 카페인은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꼽혔다.

인지행동·대인관계 치료도 해볼만

우울증 환자가 경두개자기자극치료(TMS)를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TMS는 머리에 자기장을 쏘여 뇌신경전달물질 분비를 바로 잡아주는 치료이다. 1주일에 1~2번 2주 이상 정기적으로 치료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이미 치료 효과가 입증돼 정신과에서 사용되고 있는 비약물 치료법도 있다. 인지행동치료와 대인관계치료가 그것이다. 인지행동치료는 일종의 상담치료다. 환자가 의사에게 자신의 모든 상황을 설명한 다음 의사가 문제점을 지적한다. 환자가 자신의 생각에 매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도록 깨우쳐 주는 것이다.

대인관계치료는 주변 사람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환자와 문제의 발단이 되는 사람과의 관계 설정을 새롭게 해 우울증을 해소시킨다. 최근엔 16단계 문답 항목이 갖춰진 단기정신역동적지지정신치료(SPSP)도 도입 단계에 있다. 초기 우울증에 효과적이다.

뇌에 직접 자극을 주는 ECT(전기경련요법), TMS(경두개자기자극치료법)도 있다. ECT는 약물 치료를 거부하거나, 약물 반응이 없는 환자에게 많이 쓰인다. 머리에 번개를 맞는 듯한 전기 자극을 준다. 효과가 좋지만 자극 정도가 심해 마취를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TMS는 자기장을 뇌에 쏘여 뇌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바로잡아준다. ECT보다 자극 정도가 낮아 마취가 필요 없지만, 효과는 좀 더 약할 수 있다.

배지영

도움말 박용천 한양대구리병원 정신과 교수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
안정훈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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