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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등반 때 먹는 네팔 백반 '달 바트'맛보러 오세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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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호 20면

K.P. 시토울라(42·사진) 대표는 명함을 3장 꺼냈다. 각각 네팔관광청 한국사무소장, 서울특별시 명예시민, 레스토랑 ‘옴’ 대표라고 쓰여 있었다. 지난해 말 삼청동길 가운데에 문을 연 ‘옴’은 정통 인도·네팔 요리를 표방한다. 시토울라 대표가 관광청 일을 하면서 한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는 데 음식을 뺄 수 없어 시작한 일이다.“레스토랑은 문화를 알리는 공간이잖아요. 그래서 전통과 문화가 있는 지역을 찾았어요. 낮은 건물에 기와지붕이 남아 있는 삼청동을 진작부터 눈여겨보고 자리를 잡았죠.”

인도·네팔 레스토랑 '옴' 시토울라 대표

레스토랑 명함에 ‘인도와 네팔의 정취(flavor of India, Nepal)’라고 굳이 써 넣은 것도 식사하면서 문화와 풍습까지 즐겼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는 현지에서 공수한 가구와 장식 소품들로 실내를 꾸몄다. 음식도 한국인 입맛에 맞으면서도 현지 맛의 틀을 벗어나지 않도록 했다.

“전 절대로 퓨전 음식을 만들진 않아요. 향신료도 가공하지 않은 걸 들여와서 그때그때 갈아 쓰고요.”
현지 특급호텔에서 경력을 쌓은 최고 요리사를 탄두리 담당 셰프와 커리 담당 셰프로 모셔왔다. 특히 탄두리는 이 집의 자랑이다. 닭고기·양고기·새우 등을 구운 요리 ‘탄두리’는 전통 화덕 ‘탄두’에서 구워져 붙은 이름이다. 이 화덕을 인도에서 특별히 들여왔다. 인도와 네팔의 음식에 큰 차이가 없어 구분하지 않고 내지만 예약을 하면 ‘전통 네팔 요리’도 맛볼 수 있다. 매콤한 ‘네팔식 닭도리탕’과 트레킹할 때 먹는 ‘달 바트’다.

“‘달 바트’는 네팔식 백반이라고 할 수 있어요. 히말라야 트레킹을 앞둔 분들이 와서 먹어 보면 현지에서 식사가 입에 맞지 않아 고생할지 아닐지 미리 알 수 있을 거예요.”
이런 특별 메뉴 때문인지 단골 손님 중엔 산악인이 많다. 또 수차례 인도·네팔을 여행하며 명상한 류시화 시인도 거의 매주 들르는 손님이다.칸첸중가 산맥 아랫마을에서 나고 자란 시토울라 대표는 1992년 한국에 처음 왔다. 88올림픽을 보고 관심이 생겨 대학 졸업여행 삼은 방문이었다.

“한국과 네팔은 유사한 점이 많더라고요. 한국을 깊이 배우면 네팔의 경제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한국의 발전이 섬유산업으로 시작했다는 얘기에 그는 디자인 학원을 다니며 의상을 공부했다. 대기업과 한국-네팔 간 의류사업을 벌이는 일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2002년 여행사로 전업한 게 그에게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줬다. 네팔 정부가 관광청 업무를 그에게 맡긴 거다.

“아직은 정부가 직접 관광청을 꾸릴 여력이 안 되니까 개인의 힘을 빌리는 거죠. 대사관이 생기기 전엔 제가 외교 업무도 보고 그랬어요. 지금은 나라를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관광전도 열고, 축제에 참가해서 네팔을 알리고 있습니다.”
그가 열심히 노력한 덕에 2007년 네팔 정부는 마침내 한국에 대사관을 개설했다. 이처럼 오랜 시간 양국 교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그는 서울시 명예시민이 됐다. 네팔인으로는 최초다.

“지난해 네팔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2만5000명이 넘었어요. 내년은 ‘네팔 관광의 해’라서 더 많은 이벤트들이 있을 테니 더 많은 분이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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