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진시황이 정말 유학자 생매장했을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중국역사 암호44
허이 지음
서아담 옮김, 은행나무
414쪽, 1만4000원

‘진시황의 분서’갱유’는 없었다?‘ ‘양귀비는 일본으로 도주해 천수를 누렸다?’

5000년 중국 역사에서 논란이 되는 대목 44가지의 진위를 파헤친 이 책에 실린 수수께끼들이다. 그런데 믿거나 말거나 식의 허황된 설명이 아니라 나름 사료를 뒤져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춘추전국시대를 끝낸 진시황이 무도함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분서갱유(焚書坑儒)’다. 법가를 숭상한 나머지 유교의 가르침을 담은 책을 불사르고 유학자들을 생매장했다는 건데 지은이는 ‘분서’는 몰라도 ‘갱유’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지적한다. 『사기』에 따르면 진시황이 처벌한 인물들은 불사약을 찾는 데 실패한 방사였지 유학자가 아니었다며 ‘갱유’가 아니라 ‘갱방사’였다고 주장한다.

동양 미인의 대명사 양귀비는 당 현종의 총애를 받았다. 755년 안사의 난으로 수도 장안을 떠나 도망치던 중 호위군사들이 양귀비를 나라를 어지럽힌 인물로 지목하고 주살하도록 압력을 가하자 마외역에서 목을 맸다는 것이 정사다. 지은이는 이를 찬찬히 소개하면서도 양귀비가 일본으로 도주했다는 설을 소개한다. 일본의 야마구치현 오오쓰군 구즈로 도망가 살았다는 것이다. 실제 구즈에는 양귀비 묘라는 오륜탑이 남아있고 1963년 일본의 한 여자가 족보를 보여주며 양귀비 후손이라 주장한 일도 있다. 또 유명가수 야마구치 모모에도 자칭 그 후손이라 말했단다. 단 결론에선 다양한 사서를 들어 정설을 지지한다.

수수께끼를 둘러싼 각종 설을 소개하면서도 중심을 지켰기에 대중성을 갖췄으면서도 ‘야담과 설화’류를 벗어난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김성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