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K-21 장갑차 홍콩세관서 압수당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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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독자기술로 개발한 최첨단 전투장갑차 K-21(사진)이 홍콩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홍콩항에 반입됐다가 현지 세관당국에 압수됐다. 지난해 말 실전배치된 K-21 장갑차는 헬기와 전차도 파괴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추고 있다.

홍콩해관(세관)은 20일 콰이청 화물터미널에서 K-21 장갑차 한 대와 관련 부품을 발견해 압수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현지 신문들이 23일 보도했다. 세관의 조사 결과 K-21과 관련 부품을 2개의 컨테이너에 실은 화물선은 지난달 10일 사우디아라비아의 항구를 출발해 18일 홍콩항에 도착했다.

세관 관계자는 “발견 당시 K-21 장갑차는 윗부분만 간단히 덮인 상태로 컨테이너에 실려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운송을 맡은 선사인 머스크 관계자를 조사한 결과 장갑차는 사우디에서 전시를 마친 뒤 한국으로 되돌아가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K-21 장갑차와 관련 부품은 콰이청 화물터미널에서 다른 선박으로 옮겨져 23일 최종 도착지인 부산을 향해 홍콩을 출항할 예정이었다.

세관 관계자는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 법규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수출입조례에 따르면 홍콩에서 수출·수입·재수출·환적되는 모든 전략물품의 경우 반드시 홍콩해관에 신고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무기는 전략물품으로 분류돼 있다.

규정을 어길 경우 7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 41건의 위반사례가 발생해 총 222만 홍콩달러(약 3억33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홍콩 당국에 체포된 사람은 없다고 홍콩 언론은 전했다. K-21 장갑차를 생산한 방위산업체인 두산DST는 “허가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했으나 홍콩해관이 이례적으로 추가 서류를 요구했다”며 “추가 요구 서류를 24일까지 발송해 승인을 받을 경우 30일 홍콩항을 출발해 다음 달 5일 부산항에 도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에는 중국으로 향하던 5대의 러시아제 장갑차가, 2006년에는 미국으로 향하던 러시아제 미그-29 전투기가 콰이청 화물터미널에서 홍콩 세관에 압수된 바 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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