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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광명터널 안에서 갑자기 멈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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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0일 오전 10시20분쯤 경기도 광명시 경부고속철도 광명역 부근 광명터널 안에서 서울발 부산행 KTX 9호차가 갑자기 멈춰서는 바람에 열차 운행이 1시간20여분 동안 중단됐다.

사고가 난 뒤 한국철도공사 측은 멈춘 열차를 뒤따라 오던 KTX 83호차에 연결시켜 터널 밖으로 끌어냈으나 탑승객 600여명이 1시간 이상 터널 속 열차 안에 갇힌 채 불안에 떨었다.

이 사고로 오전 10시 이후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부산이나 목포 방면으로 가려던 KTX 열차 10편도 각각 30분에서 1시간35분가량 운행이 지연돼 승객 5400여명이 목적지에 연착하는 불편을 겪었다.

승객 박모(65)씨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객실에 불도 켜져 있었지만 어두운 터널 속에서 열차가 1시간 넘게 멈춰서 있는 바람에 승객 대부분이 불안해 했다"고 말했다.

철도공사에 따르면 광명터널은 평소 열차가 시속 120~160km로 달렸으나 이날 터널 내 신호등에 이상이 생겨 사고 열차는 당시 시속 30km 정도로 서행하고 있었다. 열차는 마침 광명터널 구간 중 열차에 전력 공급이 일시 끊기는 '사(死)구간'을 지나다 멈춰선 뒤 자력으로 재출발을 하지 못하고 운행이 중단됐다.

'사구간'이란 전철의 전기공급 방식이 달라지거나 비상운행에 대비해 전력 공급을 일정 구간 끊어두는 곳이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직류와 교류로 전기공급 방식이 달라지는 지하철 서울역~남영역 구간이 대표적인 사구간으로 이곳을 지나는 열차는 충분한 탄력을 비축해 무동력으로 운행된다"며 "그러나 광명터널 내 사구간은 200m에 불과하고 길이가 380m에 달하는 KTX 열차 앞뒤로 비상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열차 내부 고장으로 운행이 오랫동안 중단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고 발생 직후 지연 사실을 객실 안내방송을 통해 승객들에게 알려 큰 소동은 없었다"며 "사고 열차 승객들은 광명역에 비상대기 중이던 다른 KTX 열차에 옮겨타고 오전 11시48분쯤 다시 출발했다"고 말했다.

철도공사 측은 지연 운행된 10편 가운데 1시간 이상 연착한 6편의 승객에겐 요금의 100%를, 나머지 4편 승객에겐 지연시간에 따라 각각 25%와 50%를 환불했다. 공사 측은 사고열차를 고양 차량기지로 옮겨 고장 원인을 정밀 조사 중이다.

광명=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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