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은 실용, 카다피는 스타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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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에 있어 김정일은 실용주의자, 카다피는 카멜레온이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FP) 인터넷판은 16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등 독재자로 낙인찍힌 각국 지도자 10명의 패션스타일을 분석했다. FP는 김 위원장을 가장 먼저 소개하며 “신비의 인물에서 국제적 패션 아이콘으로 변모했다”고 평가했다. 잡지는 “그가 스타일보다 옷의 기능성을 중시한다”며 “김 위원장의 트레이드 마크인 인민복과 둥글게 부풀린 헤어스타일, 레이밴 선글라스, 플랫폼 슈즈는 ‘내핍’의 시대에 영감을 줄 수 있는 패션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헤어스타일과 키높이구두는 작은 키와 체격을 실제보다 커 보이게 하고, 불룩하게 나온 베이지색 인민복 상의는 방탄조끼를 숨기기에 적합하다고 FP는 해석했다.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에 대해서는 독재자의 카리스마를 극대화하기 위해 때와 장소에 맞춰 팔색조처럼 다양한 패션스타일을 선보인다고 평가했다. 평소 바닥까지 닿는 갈색 예복을 입지만 때로 어깨 장식과 베레모까지 갖춘 밀리터리룩으로 군 통수권자의 위엄을 보여 주는가 하면 국제무대에서 두 겹으로 된 초콜릿색 의상에 아프리카 지도를 형상화한 검은색 핀으로 카리스마를 과시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연설할 때 입은 복장은 워낙 현란해 각국 외교관들은 그가 90분 동안 말도 안 되는 장광설을 풀고 있다는 사실조차 깜빡 잊어버릴 정도였다고 FP는 소개했다.

FP는 카키색 재킷에 맨 위 단추 하나를 푼 단색 셔츠, 짙은 색 바지로 대표되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패션을 ‘독재자의 비즈니스 캐주얼’로 표현했다. 이처럼 편안하고 심미적인 미니멀리즘 스타일이 그의 패션으로 고착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서방 패션의 상징인 넥타이를 매지 않는 것도 그의 패션 특징”이라며 “짧은 수염과 구레나룻은 서방과 사사건건 충돌하는 악동의 이미지를 완성한다”고 분석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붉은색 집착은 남미 독립투쟁의 영웅인 시몬 볼리바르(1783~1830)와 연결 지어 해석했다. 붉은색 옷을 자주 입었던 볼리바르를 연상하게 만들려는 포석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와 라울 카스트로 형제는 수십 년간 녹색 군복을 즐겨 입는다. 이는 게릴라 투쟁을 통해 정권을 획득한 독재자들의 전형적인 패션이 됐다고 FP는 설명했다. 이 밖에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 미얀마 군정지도자 탄 슈웨 장군, 수단의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 등의 옷차림도 분석됐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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