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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요트’ 코치하는 뉴질랜드인 아시안게임 첫 금빛 레이스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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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10일 한강공원 난지지구. 박건우(29·부산해운대구청) 스키퍼(요트 선장)가 이끄는 국가대표팀 요트가 분주해졌다. “오른쪽에 바람 내려온다.” “태킹(지그재그로 요트를 운전하는 기술) 준비.”

강한 억양에서 긴박함이 흘렀다. 선수들 사이로 메인 세일(돛)을 조정하는 파란 눈의 청년이 눈에 띄었다. 뉴질랜드 출신 매치레이스 선수 겸 한국대표팀 코치인 로우리에 주리(27·사진)다. 한국 대표팀은 12일 막을 내린 한강국제요트대회 매치레이스에서 뉴질랜드-호주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매치레이스는 정해진 두 대의 요트에 나눠 타고 1대1 대결을 펼치는 시합이다. 치열한 자리 싸움과 전술대결 때문에 ‘물위의 쇼트트랙’이라 불린다.

1m92㎝, 98㎏. 건장한 체격에 선한 눈매. 주리 코치는 5살 때부터 요트를 탔다. 그러나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대학시절 선수생활을 잠시 접기도 했다. 기량을 인정받으려면 국제대회에 많이 참가해야 하는데 경비가 만만치 않았다. 대회당 필요경비는 7000달러(약 810만원)정도. 1000달러(약 115만원)정도의 참가비와 요트 보수비 등은 스키퍼의 몫이다.

“매치레이스에는 정해진 길이 없다. 바람과 파도를 이용해 내가 정한 길로 요트를 몰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주리는 지난해 코리아매치컵에 참가하며 한국과 첫 인연을 맺었다. 박건우 스키퍼는 “주리와 경기를 한 뒤 어린 나이에도 바람을 읽는 능력과 순간적인 대처 능력이 타고났다는 것을 느꼈다”고 기억했다. 박건우와 이동우(37) 등이 호흡을 맞춘 부산팀은 국가대표에 선발되자 뉴질랜드를 찾아가 주리에게 한국대표팀 코치직을 부탁했다. 주리는 매치레이스 팀을 꾸리고 해외 원정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팀을 맡았다. 일당 400달러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에게 꿈이 뭔지 물었다. “열심히 돈을 모아 요트계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아메리카스컵에 뉴질랜드 대표로 참가하는 것이다 ”고 말했다. 대표팀은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매치레이스 사상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일본과 2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어느 때보다 금빛 전망이 밝다.

이정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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