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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여행 9 │ 강경 전통시장 열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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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읍내를 관통하는 철로는 바다와 내륙을 이어주는 금강 덕분에 발달할 수 있었다. 기차가 지나가는 뒤로 강경에서 제일 높은 채운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강경선은 충남 논산역에서 시작해 강경읍까지 이어지는 철길이다. 철길 옆으로는 금강의 물줄기가 논산·강경을 거쳐 서해로 흘러들어간다. 반대로 서해의 고깃배들은 금강의 물줄기를 타고 내륙 깊숙이 자리한 강경포구까지 들어왔다. 강경이 조선의 3대 시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다. 특히 젓갈시장이 발달했다. 수백 년 지속된 젓갈 시장의 위세는 지금도 여전하다. 현재 대형 젓갈상회만 130여 곳, 강경읍에는 젓갈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매년 10월에 열리는 강경발효젓갈축제는 올해 14년째를 맞고 있다. 때마침 코레일은 강경전통시장열차를 10·11월에 걸쳐 총 5회 운행한다. 곰삭은 젓갈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김장을 앞둔 시점, 주부들에게는 맞춤 여행이다. 시장에서 산 물건을 현장에서 바로 택배로 부칠 수 있다.

글=김영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10·11월 두 달간 총 5회 젓갈 익는 마을로

젓갈 시장이 밀집한 강경읍내. 좌측으로 금강변과 젓갈전시관이 보인다.

자그마한 간이역, 강경역을 빠져나오자마자 젓갈시장이 시작된다. 시장 안으로 발을 들여놓자마자 젓갈 삭히는 냄새가 진동한다. 역에서 나와 곧장 걸으면 금강 둔치 가는 방향, 그 중간쯤에 염천다리가 있다. 금강 하구를 막기 전에는 고깃배들이 들어오던 자리다. 염천다리를 건너 삼거리, 대각선으로 포진하고 있는 심씨네·형제·충남상회가 이 거리의 터줏대감이다. 1997년, 강경젓갈축제를 열기 전까지만 해도 젓갈 집은 여남은 곳에 불과했다고 한다. 3곳의 상회는 강경읍에서 40년 남짓 된 젓갈집으로 강경이 전국 제일의 젓갈시장으로 성장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강경읍은 젓갈 산지가 아니다. 새우젓이든 양념젓갈이든 모두 인천 강화군이나 전남 신안군에서 생산된 것을 사들여 이곳에서 발효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홍어도 그것을 삭히는 노하우가 중요하듯 젓갈 또한 발효가 맛을 좌우한다.

“전에는 토굴에서 새우젓을 발효시켰는데, 요즘은 시설이 현대화돼서 다들 영하 3~5도의 저온창고를 써요. 토굴은 영상 14도쯤 되거든요. 저온에 보관하면 예전에 비해 소금을 60%만 써도 됩니다. 요즘은 다들 저염을 좋아하잖아요.” 본가형제상회 박은희(36) 씨의 말이다. 젓갈상회들마다 저마다 발효 노하우가 있지만, 다들 ‘곰삭은 맛’을 최고로 친단다. 그러나 곰삭은 맛이란 것이 일반인에게는 꽤나 어려운 미각이다. 박씨는 “삭히면 삭힐수록 구수한 맛”이라고 부연한다. 젓갈 거리의 이 집 저 집을 기웃거리며 곰삭은 맛을 쫓아다니는 것도 좋은 여행 테마다. 젓갈 가격은 천차만별이라 한 됫박에 2만원에서 30만원까지 한다. 박은희씨는 “살림하는 주부들은 오젓·육젓(새우젓)·양념젓(황석어젓·창란젓 등) 등을 골고루 섞어 10만~15만원어치 정도 구입한다”고 이른다.

빛바랬지만 그만큼 정겨운 풍경 속으로

강경포구젓갈 백승재 대표가 저온숙성창고에서 새우젓 발효 상황을 살피고 있다.

강경기차여행에서 주어진 자유 여행은 점심 식사를 포함한 두 시간 정도다. 식사를 마친 후 읍내 뚜벅이 여행을 나서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강경은 예전 ‘강경이’ 또는 ‘갱갱이’로 불렸다. 강의 가장자리라는 뜻이다.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포구까지 배들이 들어왔으며, 강가에는 등대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그 자리에 젓갈전시관이 들어서 있다. 배 모양의 전시관 4층 전망대에 오르면 시골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강경읍이 내려다보인다. 전시관으로 내려오면 수백 년 동안 이어져온 강경 젓갈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전시관에서 강경중앙교회 옆 골목으로 오르면 옥녀봉이다. 해발 50m 남짓, 산이라기보다 언덕배기에 가까운 옥녀봉은 선녀가 단정히 앉아있는 모양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누가 보기에도 명당 터인지라 일제 때에는 신사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커다란 당산나무 옆으로 정자와 봉수대가 자리하고 있다. 당산나무 아래 서면 금강 유역의 너른 평야가 발아래 펼쳐져 있고, 내륙을 향해 뻗어있는 금강의 물줄기는 은빛으로 빛난다.

옥녀봉 가는 길에 꼭 들러볼 곳이 있다. 옥녀봉 아래 유옥녀(109)·송옥례(75) 고부가 4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작은 구멍가게다. 구슬 옥(玉) 자를 이름으로 쓰는 고부가 옥녀봉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가게는 간판도 없고, 갖다 놓은 물건도 과자·음료수·식료품 몇 가지가 전부다. 그래서일까. 예전 점방 분위기가 물씬 난다. 점방을 보는 송옥례 할머니는 백 살을 훌쩍 넘긴 시어머니 보필하랴 살림하랴 늘 부산하다.

“저 위에 일본 사람들이 지어놓은 절이 있었고, 요 아래는 학교가 있었는디 지금은 다 없어졌어. 요 아래 있는 교회는 일제 때 신사참배 거부했던 교회요.” 음료수를 사서 점방에 앉아 있으면, 할머니로부터 강경읍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수퍼마켓보다는 점방이 더 익숙했던 중년층에게는 추억을 되새길 수 있을 것 같다. 이 밖에도 강경읍에는 1900년대에 지어진 은행·병원 등 근대건축물이 많다. 관광안내소에서 지도 한 장만 챙기면 오래된 풍경을 찾아가는 역사탐방길이 된다.

백제문화제 … 호젓한 공주산성 산책길로

충남 공주에있는 대표적인 백제의 고대 성곽. 64년 간 왕도를지켰던 왕성에 야간 조명이 화려하다.

강경기차여행의 오후 스케줄은 공산성 유람이다. 10월에는 이곳에서 백제문화제가 열려 더 가볼 만한 곳이다. 공산성은 백제의 대표적인 고대 성곽으로 백제가 부여로 천도하기 전까지 웅진시대의 도성이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매시 정각에 수문병 교대식이 20분 정도 진행된다. 11년째 열리고 있는 수문병 교대식은 덕수궁 앞에서 열리는 조선왕궁의 것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금강을 끼고 도는 산성이라 경치가 좋다. 오르막내리막이 반복되지만 경사가 급하지 않아 산책하기 좋다. 또한 성곽 옆으로는 소나무를 비롯한 숲이 울창해 호젓하다. 정문에서 시계 방향으로 돌면 금강과 강경읍 등 조망도 좋다. 약 2.7㎞의 산성을 도는 데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가능하면 운동화를 준비하는 게 좋다.

5개 도시 재래시장 기차여행, 5색 찬란 가을 나들이

버스를 대절해 온 관광객들이 판매장에서 젓갈을 사고 있다.

10·11월 두 달간 다섯 가지 테마의 재래시장기차가 운행된다. 당일 또는 무박 2일 일정으로 충남 강경·강원 주문진·경북 경주·전남 곡성·경북 풍기로 떠난다. 여행 테마는 점심시간에 들르는 재래시장이다. 또한 오가는 시간에는 기차 안에서 특별 이벤트가 벌어진다. 코레일 관광개발 홈페이지(www.korailtravel.com)나 전화(1544-7755)로 예약하면 된다.

충남 강경젓갈시장 당일 상품으로 알밤 줍기, 젓갈시장 투어, 공산성 유람으로 짜여 있다. 오전 7시30분 용산역을 출발해 10시 10분 강경역 도착, 곧바로 버스를 타고 충남 공주 밤 농장으로 이동한다. 1인당 1.5㎏까지 햇밤을 챙길 수 있다. 10월 9·16·17·23일, 11월 13일 운행. 4만4000원.

강원 강릉주문진수산시장 무박 2일 상품으로 정동진 해돋이와 정선 레일바이크 체험 등 스케줄이 알차다. 오후 10시 청량리역에서 출발해 이튿날 새벽 정동진 해돋이를 본 후, 바다열차를 타고 주문진전통시장으로 들어온다. 깊어가는 가을 연인들에게 좋은 기차 여행 코스다. 10월 매주 금·토 8회, 11월 매주 금요일 4회 운행. 8만9000원

경북 경주중앙시장 무박 2일 상품으로 첫날 오후 10시30분 서울역 출발, 이튿날 포항 호미곶에 들러 해돋이를 구경한다. 이후 경주로 이동해 재래시장을 둘러본 뒤 첨성대·계림·안압지·불국사 등 경주의 수학여행 코스를 차례로 답사한다. 10월 22·29일, 11월 2·5·19일 운행. 8만4000원.

전남 곡성전통시장 당일 상품으로 전라도에서도 소담한 시골장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곡성전통시장이 주요 여행 코스다. 보성녹차밭과 강진청자축제장 등을 들른다. 10월 2·3일, 11월 27일 운행. 4만9000원.

경북 영주풍기인삼시장 당일 상품으로 추전역·승부역 등 역 자체만으로도 볼거리가 풍부하다. ‘하늘도 세 평 땅도 세 평’이라는 승부역, 국내 최고 해발 고도에 자리한 추전역을 들른다. 10월 말께 상품을 예약하면 승부역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10월 2·27·30·31일, 11월 6일 운행. 3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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