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읍내를 관통하는 철로는 바다와 내륙을 이어주는 금강 덕분에 발달할 수 있었다. 기차가 지나가는 뒤로 강경에서 제일 높은 채운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글=김영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10·11월 두 달간 총 5회 젓갈 익는 마을로
젓갈 시장이 밀집한 강경읍내. 좌측으로 금강변과 젓갈전시관이 보인다.
강경읍은 젓갈 산지가 아니다. 새우젓이든 양념젓갈이든 모두 인천 강화군이나 전남 신안군에서 생산된 것을 사들여 이곳에서 발효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홍어도 그것을 삭히는 노하우가 중요하듯 젓갈 또한 발효가 맛을 좌우한다.
“전에는 토굴에서 새우젓을 발효시켰는데, 요즘은 시설이 현대화돼서 다들 영하 3~5도의 저온창고를 써요. 토굴은 영상 14도쯤 되거든요. 저온에 보관하면 예전에 비해 소금을 60%만 써도 됩니다. 요즘은 다들 저염을 좋아하잖아요.” 본가형제상회 박은희(36) 씨의 말이다. 젓갈상회들마다 저마다 발효 노하우가 있지만, 다들 ‘곰삭은 맛’을 최고로 친단다. 그러나 곰삭은 맛이란 것이 일반인에게는 꽤나 어려운 미각이다. 박씨는 “삭히면 삭힐수록 구수한 맛”이라고 부연한다. 젓갈 거리의 이 집 저 집을 기웃거리며 곰삭은 맛을 쫓아다니는 것도 좋은 여행 테마다. 젓갈 가격은 천차만별이라 한 됫박에 2만원에서 30만원까지 한다. 박은희씨는 “살림하는 주부들은 오젓·육젓(새우젓)·양념젓(황석어젓·창란젓 등) 등을 골고루 섞어 10만~15만원어치 정도 구입한다”고 이른다.
빛바랬지만 그만큼 정겨운 풍경 속으로
강경포구젓갈 백승재 대표가 저온숙성창고에서 새우젓 발효 상황을 살피고 있다.
전시관에서 강경중앙교회 옆 골목으로 오르면 옥녀봉이다. 해발 50m 남짓, 산이라기보다 언덕배기에 가까운 옥녀봉은 선녀가 단정히 앉아있는 모양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누가 보기에도 명당 터인지라 일제 때에는 신사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커다란 당산나무 옆으로 정자와 봉수대가 자리하고 있다. 당산나무 아래 서면 금강 유역의 너른 평야가 발아래 펼쳐져 있고, 내륙을 향해 뻗어있는 금강의 물줄기는 은빛으로 빛난다.
옥녀봉 가는 길에 꼭 들러볼 곳이 있다. 옥녀봉 아래 유옥녀(109)·송옥례(75) 고부가 4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작은 구멍가게다. 구슬 옥(玉) 자를 이름으로 쓰는 고부가 옥녀봉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가게는 간판도 없고, 갖다 놓은 물건도 과자·음료수·식료품 몇 가지가 전부다. 그래서일까. 예전 점방 분위기가 물씬 난다. 점방을 보는 송옥례 할머니는 백 살을 훌쩍 넘긴 시어머니 보필하랴 살림하랴 늘 부산하다.
“저 위에 일본 사람들이 지어놓은 절이 있었고, 요 아래는 학교가 있었는디 지금은 다 없어졌어. 요 아래 있는 교회는 일제 때 신사참배 거부했던 교회요.” 음료수를 사서 점방에 앉아 있으면, 할머니로부터 강경읍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수퍼마켓보다는 점방이 더 익숙했던 중년층에게는 추억을 되새길 수 있을 것 같다. 이 밖에도 강경읍에는 1900년대에 지어진 은행·병원 등 근대건축물이 많다. 관광안내소에서 지도 한 장만 챙기면 오래된 풍경을 찾아가는 역사탐방길이 된다.
백제문화제 … 호젓한 공주산성 산책길로
충남 공주에있는 대표적인 백제의 고대 성곽. 64년 간 왕도를지켰던 왕성에 야간 조명이 화려하다.
금강을 끼고 도는 산성이라 경치가 좋다. 오르막내리막이 반복되지만 경사가 급하지 않아 산책하기 좋다. 또한 성곽 옆으로는 소나무를 비롯한 숲이 울창해 호젓하다. 정문에서 시계 방향으로 돌면 금강과 강경읍 등 조망도 좋다. 약 2.7㎞의 산성을 도는 데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가능하면 운동화를 준비하는 게 좋다.
5개 도시 재래시장 기차여행, 5색 찬란 가을 나들이
버스를 대절해 온 관광객들이 판매장에서 젓갈을 사고 있다.
충남 강경젓갈시장 당일 상품으로 알밤 줍기, 젓갈시장 투어, 공산성 유람으로 짜여 있다. 오전 7시30분 용산역을 출발해 10시 10분 강경역 도착, 곧바로 버스를 타고 충남 공주 밤 농장으로 이동한다. 1인당 1.5㎏까지 햇밤을 챙길 수 있다. 10월 9·16·17·23일, 11월 13일 운행. 4만4000원.
강원 강릉주문진수산시장 무박 2일 상품으로 정동진 해돋이와 정선 레일바이크 체험 등 스케줄이 알차다. 오후 10시 청량리역에서 출발해 이튿날 새벽 정동진 해돋이를 본 후, 바다열차를 타고 주문진전통시장으로 들어온다. 깊어가는 가을 연인들에게 좋은 기차 여행 코스다. 10월 매주 금·토 8회, 11월 매주 금요일 4회 운행. 8만9000원
전남 곡성전통시장 당일 상품으로 전라도에서도 소담한 시골장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곡성전통시장이 주요 여행 코스다. 보성녹차밭과 강진청자축제장 등을 들른다. 10월 2·3일, 11월 27일 운행. 4만9000원.
경북 영주풍기인삼시장 당일 상품으로 추전역·승부역 등 역 자체만으로도 볼거리가 풍부하다. ‘하늘도 세 평 땅도 세 평’이라는 승부역, 국내 최고 해발 고도에 자리한 추전역을 들른다. 10월 말께 상품을 예약하면 승부역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10월 2·27·30·31일, 11월 6일 운행. 3만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