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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회 탐방 ⑧ 아름다운~산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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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산행을 나가는 날에는 그 설레임으로 새벽 3, 4시에 잠에서 깨어 뒤척거리기 일쑤다.

오늘의 산행지는 멀고 먼 전남 영암의 월출산. 지난해 9월 홀로 천황봉에 오른 후 딱 일년 만에 다시 찾는 산이다. 전남 영암군 영암읍과 강진군 성전면의 경계가 되는 곳에 자리하고 있는 월출산은 남도문화답사 1번지인 해남과 강진으로 가는 관문에 해당되는 명산이다.

1시간 정도 땀 흘려 월출산을 오르면 웅장한 구름다리가 등산객을 맞는다. 주변 경관을 배경으로 노동준 회장,김종오(카페별명 참치) 산행대장, 성민국(토백이)씨가 포즈를 취했다(왼쪽부터). [장부백 회원 제공]

천황봉을 주봉으로 하고, 구정봉, 사자봉, 도갑봉, 주지봉 등이 동에서 서로 하나의 산맥을 형성하는 한반도 최남단 국립공원이다. 수많은 기암괴석과 깍아지른 듯한 기암절벽이 많아 예로부터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영산(靈山)이다.

이번엔 두 분 누나 부부와 조카 둘까지 6명이 참석해 외롭지 않은 가족 산행이 됐다. 새벽 6시 천안 버스터미널 앞에서 가족들과 버스에 오르니 아름다운 산행 임원들과 회원님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버스가 출발한 후 아침식사는 전직 제빵사인 마구마구님이 손수 만드신 수제 샌드위치와 신선한 우유를 나눠줘 맛있게 해결했다. 고속도로를 달려 오전 7시쯤 여산 휴게소에서 20분 정도 휴식을 취했다.

회원들이 코믹한 포즈로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또 긴긴 시간 달리고 달려 오전 9시40분 드디어 월출산 자락에 도착했다. 회원님들이 차창 밖으로 보이는 월출산의 웅장한 자태에 탄성을 지르며 정말 멋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아름다운산행 회장인 가다님의 인사말 이후 월출산 산행설명 및 안전산행에 대해선 본인 풍월주가 회원님들에게 설명했다.

잠시 후 버스는 월출산 국립공원 천황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총산행대장인 예향님 지휘로 주차장 옆 공터에서 꼼꼼하게 준비운동을 하고 잘 포장된 진입로를 따라 산행은 시작됐다.

이번 산행의 선두는 언제나처럼 예향님이 맡고 중간은 참치님과 가다님이 후미는 빡세님, 그리고 나 풍월주가 맡았다. 초입부터 양쪽으로 늘어선 나무들로 짙은 그늘이 따가운 햇볕으로부터 우리를 가려준다. 50m쯤 올라가니 왼편으로 짙은 그늘 밑 가까이 월출산 야영장이 보인다.

여러 가족들이 텐트를 치고 시원한 나무 그늘 밑에서 편안히 휴식하는 모습이 보인다. “와아~~여기가 천국이네, 우리 올라가지 말고 여기서 그냥 편하게 놀다가 갈까요. 하하하.” 빡세님 말이 벌써부터 더워지기 시작한 내 발걸음을 잠시 갈등케 만든다.

잠시 후 천황사 탐방지원센터 바로 왼편 등산로를 따라 본격 산행에 나섰다. 우리 산행코스는 천황사와 구름다리를 지나 사자봉을 경유해 천황봉으로 오르는 경사도가 꽤 있는 구간. 볼거리는 많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은 코스다.

천황사를 지나자 구름다리까지 오르막길이 끝없이 이어지는 바람에 후미 회원님들이 너무나 힘들어 하신다. 선두는 벌써 구름다리를 지난 후 천황봉으로 향한다는 무전이 온다.

1시간을 오르고 올라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구름다리는 우리의 고생을 일거에 날려 버렸다. 높이 120m, 길이 52m로 동시에 200명이 건너도 끄떡없이 만들어진 국내 최고이자 최장의 구름다리. 그 명성답게 아찔하게 계곡을 가로 지르고 있었다.

깊은 계곡에 놓여있는 구름다리에 올라서 보면 뒤로는 바위산과 절벽들이 보이고 그 너머로 사자봉과 천황봉등이 아래를 굽어보듯 서있다.

탁 트인 구름다리 앞으로는 명경처럼 영암과 강진들녘이 펼쳐졌다. 월출산은 밑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모습 못지않게 산위에서 바라보는 남도의 향토적 전원풍경이 그만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잠시 감상하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낮 12시가 가까워 온다. 회원들은 일사분란하게 점심 도시락을 준비한다. 나도 더 이상의 산행은 무리라 생각되어, 잘됐다 싶은 맘에 가족들과 함께 얼른 동참한다.

잠시 후 다리를 건너오던 빡세님 일행도 우리와 같이 합류한다. 뒤이어 밤안개님 부부와 비아토르님 가족도 다리건너 시원한 팔각정에서 식사하신다며 후미대열에 합류했다. 식사 중에 선두 예향님으로부터 지금 통천문인데 천황봉이 보인다며 힘든 목소리의 무전이 왔다.

무리하지 않고 멈춰서길 잘했다는 확신이 다시 한번 들었다. 선두를 따라가기엔 차이가 너무 나서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다시 주변 경치를 둘러본 후 구름다리에서 바람폭포를 경유해 바람골로 하산코스를 잡았다.

지금쯤 300여 명이 앉을만한 넓고 평평한 천황봉 정상 바위에 서 있을 선두 예향님과 가다님, 참치님과 여러 회원님들을 생각하며 부디 안전산행 하시고 정상의 절경이나마 큰 위안이 되길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하산은 큰 문제없이 바람골의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쉬엄쉬엄 내려왔다. 다음번엔 천황봉에 올라 그 정기를 느껴보리라 맘속으로 다짐해 본다.

버스에 도착해 보니 총무 뽕이님이 회원님들을 위해 하산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선두도 바람폭포에서 시원하게 알탕을 하고 하산중이라며 잠시 후 도착한다는 전갈이 왔다. “토백이님이 옷을 훌훌 벗고 계곡물에 들어가 나올 생각을 안 한다”며 가다님이 물놀이 사진을 핸드폰으로 전송해 주신다.

오후 3시30분 회원님들 모두가 무사히 하산 후 참치님, 뽕이님이 준비한 맛있는 음식으로 즐겁게 산행 뒤풀이를 하고 4시30분쯤 버스에 오른다. 천안을 향해 출발하니 추석을 앞둔 벌초 때문에 고속도로 차량행렬이 어마어마 했다. 경로를 바꿔 군산을 경유,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유구와 아산을 돌아온 덕분에 큰 교통정체는 없었지만 조금 늦은 오후 9시30분쯤 천안에 도착했다.

이날 고속도로 교통정체는 밤 2시까지 계속됐다는 뉴스가 나왔다. 오늘 하루 길고 긴 시간 즐겁게 월출산 산행을 함께 해주신 회원님들, 봉사해주신 임원님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글=이상훈 산행대장

다음달 200회 맞는 야간산행

5일 오후 월출산 정상 천황봉(809m)에 오른 ‘아름다운~산행’ 회원들. [아름다운~산행 제공]

‘아름다운~산행’은 천안·아산 거주 회원들로 2006년 말 창립했다. 노동준(36·‘동준카센터’운영·카페별명 가다)회장은 “올해는 초보 등산인을 위한 산행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누구나 즐겁게 산행에 참여하도록 쉬운 코스를 잡고 산행시간도 5시간 이내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9월 정기산행 영암 월출산 때 처럼 가능한 긴 코스, 짧은 코스를 운영한다. 정기산행은 매월 첫째 일요일. 다음 달 산행지(10월 3일)는 충북 단양의 제비봉.

매주 수요일 오후 7시30분 야간산행이 있다. 4년간 한번도 쉬지않고 최정대(47·원호대사)산행대장이 인솔, 다음달엔 200회째를 맞는다. 헤드랜턴, 식수 등을 준비해 각원사 주차장으로 오면 된다. 또 올해 시작한 약초산행방이 인기다. 셋째주 일요일 김병길(53·고향초)씨가 인솔해 약초를 찾아 떠난다. ‘아름다운 산행’참가를 원하면 다음카페 가입후 전화연락하면 된다.

▶문의=011-435-5791(노동준 회장)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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