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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읽지 마세요! 식욕 돋구는 신간

중앙일보

입력


스코틀랜드 록 밴드 프란츠 퍼디난드의 보컬리스트 카프라노스가 쓴 『맛에 빠진 록스타』(마음산책/1만1천8백원)는 밴드와 함께 순회 공연을 다니면서 먹은 음식에 대한 기록이다. 나고야부터 말리부에 이르는 이 다양한 기록에는 인천에서 맛본 김치 얘기도 있다. ‘습기가 많은 날에 김치 요리를 먹으면 마치 온몸에 서늘하고 축축한 옷을 껴입은 느낌이 들어 상쾌하다’라니, 참으로 기상천외한 표현이 아닌가. 뮤지션답게 편견없이 음식을 대하는 태도 때문인지, 기존의 음식 기행을 다룬 책과는 달리 날것처럼 신선한 것이 매력이다. <앨리스의 식탁>(민음인, 9800원)은 문학 속에 나온 요리를 짧고 재기발랄하게 해부했다. 예를 들어 「맥베스」 속 세 마녀의 솥단지 요리를 보자. 준비할 것으로는 가마솥, 성냥, 은퇴한 연금술사의 실험실, 식용 개구리, 달팽이, 천둥 치는 언덕이라며 넉살 좋게 늘어놓는다. 제대로 만들려면 마녀들처럼 수상쩍은 의도가 있어야 한다는 조언도 빼먹지 않는다. 문학을 뒤틀어놓은 이 책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부터 밀턴의 「실낙원」까지 고전 속의 요리를 한 번씩 헤집고 있는데, 고전에 익숙지 않다면 약간 생뚱맞을지도. 『야생 아스파라거스 스토킹』(시골생활/1만8천원)은 ‘잡초를 요리하다’라는 부제가 이 책의 모든 내용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우엉, 블루베리, 도토리는 그렇다 치고, 창포, 부들, 민들레, 원추리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먹어야 맛있는지 알려주니 모험을 좋아하는 미식가의 호기심을 발동하게 할듯. 예를 들어 포도잎쌈밥이나 민들레커피 같은 기상천외한 레시피도 있다. 이 책의 저자 유엘 기번스는 1930년대 미국의 극심한 가뭄기에 살아가면서 어머니로부터 야생 먹을거리에 대한 지식을 전수받았다고.

기획_김유리, 민영

레몬트리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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