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락 연구 과학화·세계화 확인하는 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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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소광섭 교수가 연구실에서 경락 연구 현황·과제 등을 설명하고 있다.

“현대 과학으로 밝혀 낸 경락(經絡:피부나 근육의 반응점(경혈)을 연결한 경로로 한방에서 침구 등에 활용)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국제 심포지엄이 될 겁니다. 경락이 암의 전이 통로로도 이용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내는 등 연구가 급진전하고 있어요.”

한의학의 핵심인 경락의 존재를 밝혀내기 위해 온 힘을 쏟아 온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소광섭 교수의 말이다. 그는 충북 제천에서 한방엑스포 학술 행사인 ‘국제프리모(Primo)시스템 심포지엄’을 17~18일 연다. ’프리모’는 소 교수팀이 붙인 경락의 국제 학술 용어다. 경락은 오장육부(五臟六腑)와 관련된 신체 상의 경로로 한의사들은 경락의 특정 지점에 침을 놓아왔다. 하지만 아무도 20세기 중반까지는 그 실체를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다 북한의 평양의대 김봉한 교수가 1961년 경락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국제적으로 논문을 발표한 이래 그 존재 유무를 놓고 지금까지 논쟁이 끊임없이 계속돼 왔다.

“경락이라고 하면 외국 의학자들도 외면했어요. 그러나 우리 연구팀이 암의 전이 통로로 기존 혈액과 림프 외에 경락도 이용된다는 사실을 밝혀내 사진과 함께 국제 학술지에 발표하자 이번 심포지엄에 유명한 해외 의학자들이 달려오는 겁니다.”

소 교수의 말 대로 미국 루이스빌대학 암센터의 도널드 밀러 박사,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의 래리 곽 박사, 미국 워싱턴대 의대 사무엘 아킬레프 교수, 일본 긴기대학 의대 모리야 오쿠마 박사 등이 심포지엄 참석차 한국을 찾는다. 아킬레프 교수는 실험 동물의 피부에서 경락을 발견한 연구 결과를 이번에 발표한다.

소 교수는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경락 연구가 이제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크게 확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도 대여섯 팀이 연구 중이며 미국·일본·중국·독일 등에서도 연구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경락 연구는 쥐나 돼지 등 실험 동물 수준에서 하고 있어요. 그리고 혈관이나 림프처럼 경락이 순환계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그 흐름을 인체에서 찾아 내야 합니다.”

소 교수가 꼽은 경락 연구의 과제다. 그의 연구팀은 경락을 염색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국내외 연구자들에게도 기법을 전수해주고 있다. 그러나 경락의 흐름을 확인하는 방법은 아직 못 찾고 있다. 사실 서양의학에서 지금은 당연히 존재를 인정하는 림프관도 림프에만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항체를 찾아내기 전까지는 림프관이 순환계라는 사실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 소 교수는 경락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어떤 획기적인 방법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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