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다시 침체 빠지는 일 없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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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난 미국의 거대한 낙관론자(bull)다.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은 오지 않을 것이다.”

미국 경제가 좀 불안하다 싶으니 어김없이 나서는 사람이 있다. 바로 월가에서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80)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다. 게다가 이번엔 버핏 혼자만이 아니다.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이멀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 등 미국의 대표적 기업인들도 거들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몬태나주 뷰트에서 열린 ‘몬태나 경제개발 서밋’에서다.


이날 버핏 회장은 참석 인사들과의 화상회의에서 “버크셔 해서웨이의 사업 전반이 회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최근 석 달여간 언론 등에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비쳤다”면서 “하지만 우리 회사에는 그런 조짐이 없으며 한두 달 전보다 고용을 늘려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뒤에 닥친 경기침체의 여파로 지난해 2만 명 가까운 인력을 줄였다. 그는 두 번의 세계대전과 대공황 이후에 전개된 회복과 삶의 질 향상이 이번에도 재연될 것이라며 “최고의 시절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버핏 회장은 고용이 느는 것과 함께 미국 은행들이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 대출을 늘리는 등 본연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낙관론의 근거로 들었다. 이는 그간 신용경색으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들을 다시 일으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버핏 회장은 자신의 회사가 대주주인 웰스파고 은행을 언급하며 “500억 달러 이상을 대출해 줄 계획을 세우고 있으니 가서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버핏 회장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고비에 처할 때마다 투자자들에게 낙관적 전망을 제시해 왔다. 같은 상황에서 더블딥 위험을 꾸준히 경고해 온 대표적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등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말만 아니라 대규모 투자에도 나섰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직후인 2008년 10월에는 “미국을 사라”고 외치며 골드먼삭스에 50억 달러를 투자했다. 또 올 2월에는 철도회사인 벌링턴 노던 샌타페이를 270억 달러에 사들이면서 이를 ‘미국 경제에 대한 베팅’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멀트 GE 회장도 자사의 수주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전반적으로 향상되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이 현재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성장 속도를 높이는 것”이라며 “그러려면 제조업을 중심으로 수출을 늘려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자리에서 스티브 발머 MS CEO도 향후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한 낙관론을 폈다. 그는 “앞으로 인터넷 시대보다 더 많은 기술 진보가 이뤄지면서 IT산업의 성장을 이끌고, 다른 산업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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