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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세계대백제전] 18일부터 한달 … 백제의 꿈이 살아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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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국악단원들이 백제문화단지에서 대백제전 개막을 앞두고 축하공연을 연습하고 있다.

“백제는 중국, 왜(倭)보다 항해 구간이 광활하였고, 해상활동이 훨씬 활발했다.” 단재(丹齋) 신채호(1880~1936)선생은 그의 역사책 『조선상고사』에서 백제를 이렇게 소개했다. 백제의 전성시대는 웅진(공주·475년)과 사비(부여·538년)로 도읍을 옮긴 이후 시작됐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강대국으로 불린 것도 이때다.

그러나 신라의 삼국통일 이후 백제는 존재감이 사라졌다. 우리의 기억 속에는 ‘웅대한 기상’의 고구려, 화려한 문화를 꽃피운 신라에 비해 나(羅)·당(唐) 연합군에 무너진 패망국으로 남아 있다. 승자인 신라는 백제를 짓밟았다. 백제에 가면 백제 때의 것이 별로 없다. 남아있는 것은 절터와 돌탑, 왕릉, 전설뿐이다. 이용우 부여군수는 “부여는 시로 승격되지 못하고 남아있는 유일한 왕도”라며 “천년 왕도였던 경주에 비해 공주나 부여의 유적은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400년 동안 숨죽이고 있던 백제의 혼이 다시 살아난다. 9월 18일부터 10월 17일까지 백제의 옛 도읍인 공주시와 부여군에서 열리는 ‘2010 세계대백제전(www.baekje.org)’을 통해서다. 세계대백제전은 올해 충남에서 열리는 가장 큰 행사다.

대백제전은 1955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여와 공주에서 번갈아 열리던 백제문화제가 확대된 것이다. 예산은 240억원으로 백제문화제 때보다 5배 이상 늘었다. 일본과 중국을 포함해 50여 개국의 예술단 공연과 세계역사 도시전이 개최되는 등 초대형 국제행사로 치러진다. 대백제전조직위 한찬희 홍보사업처장은 “해상 강국으로 군림했던 백제문화를 재조명하고 침체된 백제 고도의 관광산업을 활성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대백제전은 백제문화제 사상 첫 유료 축제다. 어른은 1만원(현장 판매 기준), 청소년은 7000원의 입장료를 내야 행사장에 입장할 수 있다.

대백제전은 기존 백제문화제와는 달리 ‘머무는 축제’로 거듭난다. 부여 롯데리조트와 공주 한옥촌 등 숙박시설이 들어섰다. 백제역사 주제공원인 백제문화단지도 대백제전 개막과 동시에 개장한다. 공주·부여·논산 외에도 충남 16개 시·군이 모두 참여하는 게 특징이다.

대백제전은 백제문화유산의 2014년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발판이기도 하다. 충남도는 대백제전 기간에 수많은 해외 인사와 관광객이 방문한 것을 계기로 세계유산 등재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글=김방현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계백의 말발굽, 황산벌을 흔들다

사마 이야기’와 함께 세계대백제전의 핵심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수상(水上)공연 ‘사비미르’ 시연 장면. 백제의 전설을 재현하는 이 공연은 백마강 낙화함 수상공연장에서 펼 쳐진다. 뮤지컬 배우 등 150명이 출연하는 대작으로 1874석의 관람석이 마련됐다. [김성태 프리랜서]

‘2010 세계대백제전’에서는 92개 프로그램이 선보인다. 대백제전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행사가 22개, 공주시 주관 36개, 부여군 주관 34개 등이다. 프로그램의 주제는 ‘발견’, ‘교류’, ‘창조’ 3가지다. 프로그램은 부여군 규암면 합정리 백제문화단지와 낙화암, 공주시 고마나루 예술마당과 공산성, 논산시 논산천 둔치 등에서 펼쳐진다.

핵심 프로그램은 ‘사마(무령왕) 이야기’와 ‘사비미르’ 등 수상(水上)공연 2개다. ‘사마이야기’는 고마나루에서 전해 내려오는 금강설화와 백제 중흥기를 이끈 무령왕릉을 소재로 만든 퍼포먼스다. 공주 금강변 무대(가로 128m, 세로 30m)에서 펼쳐지는 사마이야기에는 150여 명이 출연한다. 뮤지컬 배우 민영기(사마역)·서정현(고마역), 연극배우 서이숙 등이 출연한다.

부여 백마강변 수상무대(가로 90m, 세로 30m)에서는 백제금동향로(국보 287호) 등 백제 문화유산을 이미지화한 작품인 ‘사비미르’가 공연된다. 낙화암을 배경으로 백제의 전설을 재현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뮤지컬 배우 등 150명이 출연하며, 연극·무용·특수효과·미디어 아트 등이 총동원된 종합예술이다. 연극배우 류태호(미르), 뮤지컬 배우 박민정(미르공주) 등이 주요 출연진이다. 수상무대에는 각각 2656석(공주)과 1874석(부여)의 관람석이 있다. 대백제전 조직위 이성우 사무총장은 “아름다운 금강을 배경으로 국내 최고의 명품 수상공연을 선보이겠다”고 약속했다.

백제 탈 퍼레이드도 색다른 볼거리다. 주민과 관광객 등 8만여 명이 전문가 고증을 거쳐 원형에 가깝게 제작된 백제 탈을 쓰고 공주시 고나마루 주변을 걷는 행사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공주시 공산성의 수문병 교대식을 관람하고 있다.

백제의 번영과 평화를 표현한 ‘퍼레이드 교류왕국 대백제’와 123필의 말과 병사 100명이 동시에 출연해 백제인의 기상을 표현하는 ‘대백제 기마군단 행렬’, 백제군 5000명이 신라군 5만 명과 대결하는 장면을 실감나게 표현한 ‘황산벌 전투 재현’ 등도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이다.

조직위는 예상 관광객 260만 명 가운데 외국인이 20만 명(7.7%)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의 입맛에 맞는 100여 가지 음식을 개발해 조리법을 부여와 공주지역 주요 음식점에 전수했다. 조직위는 행사장 주변도 아름답게 꾸몄다. 백제문화단지 진입로에는 높이 20m 이상의 소나무와 이팝나무 1800그루를 심었다.

글=신진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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