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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In&Out 맛] 일본인 친구 데려가고픈 맛집 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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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있을 땐 한국 음식이 야키니쿠(불고기)랑 기무치(김치)뿐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낫토를 닮은 청국장 등 색다른 한국 음식이 많이 있더라고요. 이런저런 맛있는 한식 메뉴를 찾아 먹고 다니다보니 1년 새 몸무게가 3㎏이나 늘었어요."

한국이 좋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지난해 초 서울로 유학 온 야마구치 마리코(사진(右)). 그는 요즘 한국 음식에 푹 빠져 지낸다. 한국 친구도 사귀고 서울 곳곳에서 다양한 음식을 접하며 한국 음식의 매력을 발견한 것. 일주일 내내 한식만 먹고 다녀도 고향의 음식 맛을 그리워하지 않을 정도란다. 원래 야마구치의 취미는 다베아루키(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며 맛보는 것).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해지자 서울에서도 슬슬 발동이 걸렸다. 점심이나 저녁을 적당히 학교 학생식당에서 때우는 일이 드물다. 한국인은 물론 다른 외국 유학생이랑 수시로 강남.강북의 소문난 맛을 찾아다닌다. 지난 가을엔 시외버스를 타고 충남 태안반도로 떠나 밀국낙지를 먹고 왔단다. 얼마 전 휴일엔 홀로 KTX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가 돼지국밥.밀면.파전까지 맛봤다고 한다.

"한국 음식에 대해 일본 사람들은 맵고 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은 음식도 무척 많은 것 같아요. 싱싱한 채소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쌈밥의 경우엔 먹을 때마다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요."

최근 들어 야마구치는 새로운 바람이 생겼다. 일본의 한류(韓流) 붐이 음식으로도 확산됐으면 하는 것. 먹을수록 행복해지는 한국 음식을 고향 땅의 일본인들과 함께 나누고 싶기 때문이란다. 야마구치에게 한류의 열풍을 타고 서울을 방문하는 일본인을 위해 자신의 '다베아루키 노트'를 펼쳐줄 것을 부탁했다. 흔쾌히 "모치론데스(물론입니다)"란 답을 주었다. 노트에 기록된 100여 음식점을 다 소개하긴 어려워 그 중에서 "일본 친구가 온다면 꼭 데리고 갈 다섯 곳"만 추천을 받았다.

글=유지상 기자<yjsang@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 청국장집

사실은 저는 일본 음식 중에서 '낫토'를 가장 싫어한답니다. 그렇지만 낫토와 비슷한 한국의 청국장을 이 집에서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식탁이 몇 개밖에 없는 자그마한 집이지만 소박한 청국장 냄새 때문에 들어서자마자 고향에 온 기분이 들어요. 반찬도 시래기된장.콩나물 등 10가지가 넘어요. 쌀이 좋아 밥도 아주 맛있어요. 청국장찌개에는 큼지막한 두부가 들어있는 게 특징. 돼지고기를 넣고 뻘겋게 끓인 두부찌개도 참 맛이 있답니다. 그런데 점심시간에 혼자 오는 손님은 '사절'이래요. 지하철 경복궁역에서 배화여대 방향으로 가다가 중간에 있다. 청국장찌개든 두부찌개든 1인분에 4000원. 02-736-0598.

*** 원조쌈밥집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짧은 시간에 후회하지 않도록 별식을 많이 먹어요. 그러다 보면 고기나 생선만 먹고 채소를 먹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이 집은 그럴 걱정이 없어요. 쌈을 싸서 먹는 재료만 30가지나 됩니다. 배추 속잎.양배추.겨자잎.상추.신선초는 물론 일본에서 보지도 못했던 채소도 많이 등장합니다. 쌈 채소 말고도 구워 먹는 고기가 무척 특이해요. 고기가 동그랗게 말려 있는 일명 '대패 삼겹살'입니다. 간장 같은 양념장에 담갔다가 꺼내 불판에 올려서 구워요. 왼손 바닥에 쌈 채소를 올리고 밥과 함께 구운 삼겹살을 쌈장에 찍어서 쌈을 싸서 먹으면 뱃속도 든든해져요. 쌈밥정식 7000원. 지하철 논현역에서 걸어서 10분. 02-548-7589.

*** 찬양집

한국 음식은 일본 음식에 비해 짜고 매운 편입니다. 그런데 이 칼국수를 먹고 깜짝 놀랐어요. 해산물을 잔뜩 넣어 만든 국물에서 깊은 맛이 나거든요. 바다 냄새가 난다는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어요. 한마디로 일본의 유명 우동가게에서 만난 국물 맛과 흡사했어요. 국물에 들어간 국수는 씹는 맛이 좋아요. 허름하고 비좁은 것이 흠이긴 하지만 가격(3000원)을 생각하면 감수해야지요. 일본 친구에겐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경고'가 있어요. 일본에 없는 미더덕을 먹을 땐 충분히 식은 다음 먹으라고요. 자칫 잘못하면 입 안을 홀랑 데거든요. 일요일은 쉬므로 헛걸음하지 마세요.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낙원동 방향으로 도보 5분. 02-743-1384.

*** 고향보리밥

웰빙 음식은 바로 한국의 보리밥이 최고예요. 누런 그릇(놋그릇)에 비빔용 채소가 샐러드처럼 담겨 나와요. 여기에 꽁보리밥과 노란 기장밥을 양껏 덜고 된장과 고추장을 적당히 올려 쓱쓱 비빈답니다. 한 숟가락 가득 떠서 입에 넣으면 입 안으로 자연의 향기가 쫙 퍼지는 기분입니다. 특히 입 안에 있는 기장 좁쌀은 씹을 때마다 생선 알이 톡톡 터지는 것 같아 재미나요. 따라 나오는 사골우거지국을 먹으면 한국 미소(된장)의 참맛을 알 수 있답니다. 방 안을 깨끗하게 청소해놓고 있어서 무척 청결한 느낌입니다. 값은 5000원. 지하철 광화문역이나 경복궁역에서 삼청동으로 20분가량 걸어야 하는데 택시 타면 기본요금(1600원)이면 갑니다. 02-720-9715.

*** 할머니국수

두부국수라는 독특한 면 요리가 있는 곳입니다. 두부로 면발을 만들었나 생각했는데 한국 친구가 "결혼식 때 하객을 대접하는 잔치국수에 두부를 더 얹은 것"이라고 소개했어요. 멸치 국물에 소면이랑 큼지막하게 썬 두부를 넣고 김과 양념장을 올렸어요. 매운 양념장을 풀기 전에 두부부터 맛을 보는 것이 순서이지요. 그래야 담백하고 고소한 두부 맛을 고스란히 즐길 수 있어요. 반쯤 먹고 난 뒤에 양념장을 풀어서 가는 면발의 국수랑 남은 두부를 먹지요. 그러면 3000원짜리 국수 한 그릇으로 순한 맛과 매운 맛의 국수를 한꺼번에 맛본 셈이 됩니다. 지하철 을지로입구역에서 외환은행 본점 뒤편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됩니다. 02-778-2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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