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에 채광창, 지열로 냉난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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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0일 오전 대구시 동구 내곡동. 대구∼경산 간 4번 국도에서 숙천초교 쪽으로 있는 한적한 마을의 흰색 2층 집에 들어서니 시원한 기운이 느껴진다. 실내 온도는 26도. 지열을 이용해 에어컨을 돌리고 거실 천장에 뚫린 채광창 세 곳을 통해 햇빛이 들어온다. 전등을 켜지 않았는데도 집안이 환하다. 언뜻 보기엔 여느 주택과 다름없지만 에너지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집이다.

‘에너지 제로 시범주택(사진)’이 대구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 주택은 국토해양부 산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추진하는 ‘제로 카본 그린홈 개발사업’의 하나로 만들어졌다. 주택건설업체들이 견본주택을 선보이긴 했지만 실제 주택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술은 건설기술연구원이, 시공은 ㈜한보엔지니어링이 맡았다. 2층짜리 주택(연면적 228㎡)의 건축비로 3억원이 들었다. 보통의 주택 건축비와 비슷하다.

이 집은 뛰어난 단열효과를 자랑한다. 집 안과 밖의 공기를 차단해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한 줄이도록 설계됐다. 벽과 지붕·천장·바닥에 열차단 효율이 뛰어난 고성능 패널(HIP)을 설치했다. 콘크리트나 벽돌을 사용하지 않고 단열재로만 벽체를 만들었다. 창호도 삼중 유리창을 설치해 열이 빠져나가거나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블라인드다. 햇빛을 막는 블라인드가 창밖에 설치돼 있다. 방 안에 설치할 경우 빛은 막을 수 있지만 열은 차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냉난방시스템은 지열로 가동된다. 지하 158m에 지름 6㎝의 파이프를 꽂아 지열을 뽑아낸다. 땅속은 15∼17도여서 여름철에는 냉방용으로, 겨울철에는 난방용으로 지열을 이용한다.

생활에 필요한 전기는 지붕에 설치된 태양전지판에서 생산한다. 생산 전력량은 월 평균 600∼700㎾h다. 일반 전기는 지열 냉난방시스템의 온도 조절용 히트펌프를 가동하는 데만 사용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조동우 박사는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10%만으로 생활할 수 있다”며 “냉난방 전기료와 일반 전기료가 연간 20만원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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