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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미병(未病)과 뜸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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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아건강이란 ‘건강과 질병 사이의 제3의 상태를 말한다. 1980년대 중반 러시아 과학자 앤 벅맨에 의해 최초로 도입된 개념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에 의하면 전세계 인구 중 아주 건강한 사람은 약 5%, 환자는 약 20%, 아건강 상태인 사람이 75%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 일본에서는 종합건진센터를 방문한 성인을 분석한 결과, 아건강 상태에 있는 경우가 남성은 3명 중 1명, 여성은 2.4명 중 1명이라는 보고가 있다.

한의학에서는 아건강 상태를 ‘미병(未病)’으로 명명하고, 치료의 중요한 단계로 여겨왔다. 『황제내경』에는 ‘명의는 미병을 치료한다. 병이 생긴 후에 약을 주는 것은 갈증이 날 때 우물을 파는 격이요, 싸움을 앞두고 무기를 만드는 격이니 이는 이미 늦은 것이다’라고 했다. 미병이란 아직 질병이 이르지 않았으나 인체의 음양·기혈·오장육부의 균형이 파괴된 상태로 한의학에선 치료에서 중요한 개념이다.

체표의 혈위나 환부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열자극을 가하는 치료법인 뜸치료는 질병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미병 상태에서 보양 및 질병 예방 수단으로 많이 활용돼 왔다. 특히 『동의보감』이나 『침구대성』에서는 보건양생 목적으로 관원·신궐·중완 및 족삼리 등에 뜸치료를 시행할 것을 강조했다. 또『황제내경』에 따르면 인체 내의 정기(正氣)인 면역력이 강하면 사기(邪氣)인 외부의 균이나 바이러스 등이 침범을 막는다고 했다. 뜸은 인체의 정기를 길러 질병을 예방 하는데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뜸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결과를 보면, 뜸치료 후 임파구성 백혈구의 수량이 현저하게 증가하고, 식균작용도 활발해진다. 이는 인체의 방어력이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침구학회는 9월 9일을 ‘뜸(灸)의 날’로 지정하고 선포식을 가졌다.

뜸의 날은 뜸에 대한 국민의 관심 증대 목적 이외에 최근 잘못된 뜸치료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고 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고취시키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나아가 이런 행사를 통해 올바른 뜸문화가 정착된다면 국민보건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동 대한침구학회장 (경희대한방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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