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새치기 특채비리, 과연 어디가 끝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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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부천시의 경우는 아예 ‘특채해방구’였던 셈이다. 산하 부천문화재단은 전체 직원 165명 중 30%에 달하는 46명이 전 시장의 친인척이나 측근, 시의원의 자녀라는 것이다. 시설공단 역시 150명 중 24명이 도의원과 국회의원의 친인척이다. 그나마 기본적인 채용절차도 생략했다. 지난 5월에는 모집공고도 없이 직원 8명을 뽑았는데, 서류심사나 면접도 없었다. 지방선거를 앞뒀으니 선거용 선심이요, 파렴치한 챙기기 아니었겠는가.

대학도 예외가 아니란다. 서울대도 지난 4년 동안 직원 특채에 선발규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면접관의 과반수는 외부인이어야 하는데, 서울대 교직원들로 구성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선발한 인원이 전체 특채의 82%에 이른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인지, 팔이 안으로 굽은 것인지 자교(自校) 출신 합격률이 높았다.

새치기 특채 비리가 이처럼 사회 전반에 만연돼 있다니 실로 놀랍고 개탄스러운 일이다. 이런 실상을 놔둔 채 공정사회를 외친들 공염불에 불과하다. 관계당국은 차제에 눈을 부릅뜨고 특채 비리를 뿌리뽑아야 한다. 그렇다고 글로벌 시대에 다양한 전문인력을 선발하려는 선의(善意)의 특채마저 막는 것 또한 포퓰리즘이다. 당정(黨政)이 행정고시 개선안을 원안 유지로 후퇴한 것은 마치 구더기 무서워 장(醬)을 담그지 않겠다는 태도와 다름없다.

관건은 인재 선발과 관리에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특채 역시 비리는 발본색원(拔本塞源)해야 하지만, 제도적으로 정비하고 관리할 일이다. 동량(棟梁)을 찾고 양성하는 일은 국가의 대계(大計)다. 비전과 철학이 없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