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전기차 ‘블루온’은 … 과충전·충돌 때도 배터리 안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현대자동차가 9일 공개한 ‘블루온’은 지난해 9월 이 회사가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들고 나갔던 i10 전기차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 개량한 모델이다. 당시 67마력(49kW)이었던 최대 출력을 81마력(61kW)으로 높였다. 하지만 1회 충전 때 갈 수 있다고 밝힌 거리는 160㎞에서 140㎞로 다소 줄었다.

현대차는 1년 동안 블루온을 개발하는 데 400억원 정도가 들어갔다고 밝혔다. 차의 기본 성능은 먼저 나온 일본 미쓰비시의 양산형 전기차 ‘i-MiEV’보다 나은 점이 많다. 배터리 용량은 16.4kWh로 같지만 모터의 최대 출력은 블루온(61kW)이 i-MiEV(47kW)를 앞선다. 한 번 충전해 갈 수 있는 거리도 블루온이 140㎞로 i-MiEV보다 10㎞ 길다. 최고속도는 두 차 모두 시속 130㎞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는 SK에너지의 리튬이온폴리머 제품을 썼다. 과충전이나 충돌 때도 안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배터리의 출력을 높여 충전에 걸리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블루온의 충전시간은 380V 급속 충전 때 25분(약 80% 충전 기준), 일반 가정용 전기인 220V를 이용한 완속 충전 때는 6시간(약 90% 충전 기준) 정도 걸린다. i-MiEV는 각각 30분과 7시간이다.

블루온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3.1초다.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출품했던 i10 전기차(약 15초)보다 단축됐다.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힘을 높였다는 뜻이다. 전기차 전용의 고효율·고출력 인버터를 처음 적용한 것도 특징이다. 인버터는 차의 배터리에서 나오는 고전압의 직류를 교류로 바꿔 모터에 공급하는 장치다.

스마트폰과 연계한 기능도 있다. 현대차는 이 차에 스마트폰을 통해 충전 중인 전기차의 배터리 충전량과 주행 가능 거리를 알려주고, 충전이 끝나거나 중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통보해주는 기능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로선 5000만원 이상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에 대량 판매가 이뤄지려면 정부·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차가 얼마나 팔릴지에는 가격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현대차는 블루온이 i-MiEV에 이은 세계 두 번째 양산형 전기차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다른 글로벌 업체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양산형 전기차 ‘리프’에 대해 올해 초부터 사전예약을 받고 있는 일본 닛산이 특히 그렇다. 닛산 관계자는 “현재 미국에서만 1만8000여 명이 사전 계약을 한 상태”라며 “차량 개발은 모두 끝났고, 내년 초부터 판매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차의 성능을 속단하기 이르다는 주장도 있다. 한 전기차 업체 관계자는 “한 번 충전해 140㎞를 달릴 수 있다고 발표했지만, 도심을 주로 주행할 경우 이 같은 거리가 나올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선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