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주변 아파트의 조망권을 법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독립된 권리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9부는 31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 W아파트 주민 31명이 "신축된 주상복합건물로 인해 조망권을 침해당했다"며 ㈜현대건설과 ㈜에스코건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이 주장하는 한강에 대한 조망 이익이 원고들의 아파트만이 가질 수 있는 독자적 이익으로 승인돼야 할 정도의 중요성을 갖는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원고들은 ㈜현대건설 등이 W아파트에서 한강을 향해 남쪽으로 30m 떨어진 곳에 지하 5층.지상 20층(최고 높이 64.7m)의 주상복합건물을 짓자 2003년 소송을 냈다.
법원은 '전망을 즐길 수 있는 권리'인 조망권에 대해서는 일조권에 비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추세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서울 고척동 주민들이 제기한 조망권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소송을 낸 주민들의 아파트가 특별한 경관을 가지고 있지 않아 조망이익을 침해당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조망권을 인정했던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고법 민사9부의 이날 판결도 대법원의 판결과 맥을 같이한다. 재판부는 ▶주상복합건물이 신축된 곳이 주거지역이 아닌 준주거지역으로 건축법상 높이 제한을 받지 않고 ▶이미 아파트 앞에 고층 호텔이 서 있던 점 등을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지난해 9월 서울고법 민사23부는 서울 용산구 이촌동 리바뷰아파트 주민 19명이 한강 조망권 침해를 주장하며 LG건설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한강 조망권의 법적 가치를 인정하고, 아파트 시가 하락분과 위자료 등 총 4억3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었다.
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