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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TED : 안평대군 국보 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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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세종 대왕의 셋째 아들, 비운의 왕자 안평대군(安平大君). 그는 조선을 대표하는 명필이었다. 그러나 그의 글씨가 남겨진 작품은 국내에 단 한 점도 없다. ‘몽유도원도’의 발문은 일본에 있고,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소원화개첩(小苑花開帖·국보 238호)’은 2001년 1월 도난당했다. 서울 인사동에 화랑을 갖고 있던 소장자는 문화재를 노린 전문 절도범들에게 어이없이 국보를 잃었다. 이후 수사는 미궁에 빠졌다. 소원화개첩처럼 도난당한 중요 지정문화재는 국보 1점, 보물 9점, 지방문화재 19점 등 모두 29점에 이른다.

경찰청은 6일 국내에서 도난당한 중요 지정문화재

소원화개첩(안평대군 글씨·국보 제238호).

를 인터폴을 통해 국제수배했다. 인터폴 홈페이지(www.interpol.int)에 사진과 함께 특징, 소유자, 도난 일시 및 장소 등의 정보를 상세히 올렸다. 경찰은 도난 문화재가 외국으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 인터폴 188개 회원국과 공조수사를 강화하고, 일반인의 신고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순천 송광사 국사전 13조사 진영(보물 제1043호).

경찰이 국제 공개수배를 선택한 것은 최근 이런 방법으로 문화재를 찾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인도의 소중한 문화재인 힌두교 신(神) 조각상이 수년 전 라자스탄 아트루 사원에서 도난당했다. 인도 경찰은 인터폴이 문화재 국제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 지난해 9월부터 국제수배에 들어갔다. 올 4월 인터폴은 국제수배된 조각상이 뉴욕 경매시장에서 거래됐음을 알아냈다. 낙찰자는 영국인이었다. 미국과 인도 경찰은 조각상이 영국 세관을 통과할 때 압수했다. 조각상을 경매에 내놓은 소장자는 이 조각상이 정상적으로 시장에 나온 물건으로 알고 범인들로부터 고가에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힌두교 조각상은 라자스타 아트루 사원으로 되돌아왔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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