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장관 챙기는 MB … ‘친이’ 의원 만나는 박근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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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권 내에선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8·21 단독 회동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대통령이 입각한 친박(친박근혜)계 장관에게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이고, 박 전 대표가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들과 연쇄적으로 식사를 함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지난 3일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신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이재오 특임·진수희 보건복지·이주호 교육과학기술·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등과 함께 청와대에서 만찬을 했다. 장관 취임을 축하하는 부부 동반 자리였다. 이 대통령은 반주로 막걸리가 나오자 “농식품 장관을 생각해 막걸리를 준비했다”며 “요즘 쌀이 많이 남아 걱정인데 쌀 가공식품을 다양하게 개발해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농식품부 최대 현안인 쌀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지만 지난달 말 취임하자마자 쌀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한 유 장관을 격려하는 발언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유 장관은 “장관 임명 이후 대통령을 마주칠 때마다 챙겨준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만찬장에서도 이 대통령은 친박계인 유 장관에게 말을 자주 거는 등 각별히 신경 쓰는 눈치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당초 8·8 개각에선 친박계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빠지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청문회 과정에서 이재훈 후보자가 낙마하는 바람에 최 장관은 유임됐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 3기 내각엔 2명의 친박계 인사가 포진해 있다.

박 전 대표도 최근 들어 당내 친이계 인사들과 잇따라 회동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23일 친이계 초선인 강승규·김영우·조해진 의원 등 3명과 점심을 같이 먹었다. 3명 모두 이 대통령을 수년간 보필한 정권 창출 ‘공신’이다. 이들과 박 전 대표가 따로 만나 식사를 한 건 처음이다.

친박계 인사 2명도 합석했다. 박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회의원이 된 지 2년이 지났는데 어떻게 지냈느냐”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특히 선진국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얘기하고 외교 문제와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은 이 대통령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8월 중순엔 친이 및 중립 성향 초선 의원 셋과도 오찬을 함께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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