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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내년 30조 투자 … 올보다 10조 늘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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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삼성전자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에 나선 데 이어 내년에도 10조원가량 늘어난 30조원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최지성(59·사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3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국제가전전시회(IFA) 2010’ 행사에 참석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에는 더 많은 투자 수요가 생겨나 아직 계획을 명확히 밝히기 어렵지만 30조원 수준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다른 관계자는 “반도체·LCD(액정화면)·휴대전화 등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 것을 비롯해 태양광·바이오헬스·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신수종 산업 육성을 위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최고경영진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최 사장은 “글로벌 전자산업은 모바일·미디어·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에서 3대 빅뱅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3대 빅뱅(대변혁)’을 부연해 ▶전통적 아날로그 미디어에서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로의 전환 ▶모바일 라이프 스타일의 확산 ▶다양한 앱의 개발·유통·소비를 새로운 트렌드로 제시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새로운 IT 빅뱅 시대에 스마트TV와 스마트 모바일·스마트 가전 기술로 스마트한 경험을 제공하는 스마트 창조자(Smart Creator)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또 역사상 ‘선도 기업의 딜레마’를 거론하며 개혁정신으로 무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변곡점에 와 있다. 진정한 글로벌 혁신기업이 되려면 성장통을 극복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다음은 기자간담회에서 한 최 사장과의 일문일답.

-IT 3대 빅뱅을 좀 더 설명하면.

“전통적인 아날로그 미디어가 e북(전자책)과 인터넷TV·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디지털 미디어로 전환되고 있다. 2020년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포함한 컴퓨팅 단말기 수가 수백억 개 규모로 급증할 전망이다. ”

-‘스마트 창조자’의 역할은.

“TV 부문만 보면 107개국에서 서비스 중인 TV 앱을 계속 늘려 ‘삼성 앱스’를 키워나가겠다. 글로벌 콘텐트 업체와 협력을 강화한다. 지난해 LED TV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삼성전자는 올해 3D TV에 관한 모든 라인업을 완성했다. 5년 연속 세계 TV 1위 신화를 이어가겠다.”

-이번 전시회에서 ‘갤럭시탭’을 공개했다.

“스마트폰 갤럭시S는 출시 두 달 만에 판매량 300만 대를 돌파하며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스마트폰으로 자리매김했다. 태블릿PC인 갤럭시 탭은 갤럭시S의 성공을 이어받아 스마트 모바일 혁명을 완성할 것이다.”

-올해 유럽 경제가 어렵다.

“유럽 지역의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환율도 부정적 요인이다. 미국의 더블딥 우려와 유럽 금융위기 등 선진국은 긴축재정과 고용감축 등으로 경제성장률 둔화가 우려된다. 하지만 중국·인도 중심의 아시아 신흥국은 10% 가까운 성장을 지속하는 등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다.”

-불확실성에 대한 대처 방식은.

“과감한 선행 투자와 프리미엄 제품 강화, 적극적 신흥시장 공략 등이다. 특히 LED(발광다이오드) TV는 올해 1000만 대 판매로 압도적 1위를 유지할 것이다. 3D(3차원) TV도 출시 6개월 만에 100만 대를 팔았다. 스마트폰은 하반기엔 선두권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많은 부문에서 경쟁사에 비해 조금 낫거나 부족한 것이 없는 수준까지 왔다. 다만 시장에 새로운 모멘텀(활력소)을 주는 기술과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이 전보다 어려워지고 있다. 남들을 따라서 할 때는 사업하기 쉬웠다. 이제는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새로운 모멘텀을 찾아야 하는 창조자의 입장에 서게 돼 고민이 많다.”

-이건희 회장 복귀로 어떤 변화가 있나.

“주인이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퍼포먼스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일본 기업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4월) 이 회장이 복귀한 뒤에 회사에 활기가 돈다. 우선 올림픽 유치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회사 경영으로 보면 올해 투자를 20조원 가까이 한다. 내년에는 투자 규모가 30조원 가깝게 늘어날 전망이다. 말이 쉬워 20조원이지 이런 대규모 투자를 결심하고 그 규모와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기업경영에서 가장 중요하다. 특히 전문경영인이 보지 못하는 부분에서 이 회장이 큰 결정을 하고 있다.”

-신수종 사업은 어떻게 진행 중인가.

“태양광 사업에 올해 1억 달러 정도 투자했다. 태양광 핵심기술이 액정화면(LCD)과 반도체 기술과 직접 연관이 있다. 박막과 결정 두 가지 타입이 있는데, 우리 기술이 최고다. 다만 4~5년 지나야 가까스로 가스 발전 정도의 비용에 맞출 수 있다. 보조금이나 중앙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태양광 산업이 힘들 정도로 아직 경제성은 물음표다. 현재로선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일 뿐이다. 바이오는 우리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분야다. 기존 사업과 너무 다르다. 국내외 기업을 일부 인수하면서 사업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헬스케어는 기초적인 수준이어서 열심히 투자하고 있다. 헬스케어 연구개발(R&D) 인력이 500명을 넘는다. 단순 제조는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하고, 국내에서는 연구개발(R&D)을 한다.”

베를린(독일)=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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