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메디치가에서 韓스타일 문화 창출할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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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호 19면

“한국의 마음, 한국의 전통생활문화를 체험해 보고 싶거든 전주로 오세요. 외국인에게 한국적인 것을 보여 드리고 싶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주는 조선왕조의 발상지이지만 유교문화 유산만 있는 곳이 아닙니다. 한글, 한국 음식, 한국의 소리는 물론 민족종교와 토착화된 외래종교 등 가장 한국적인 것들을 온전히 갖추고 있는 곳이 우리 전주랍니다.”

송하진 전주시장 인터뷰

행정가 출신으로서 민선 4·5기를 연임하고 있는 송하진(58·사진) 시장은 문화시장으로 통한다. 틈틈이 서예와 시작(詩作)을 하는 송 시장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문화전략가이기도 하다. 온고을 전주를 흔히 맛과 멋의 고장이라고 한다. 동학과 민족종교의 발상지로서 개벽과 상생의 터라는 말도 익숙하다. 하지만 한글과 전주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 부채문화관·소리문화관과 함께 이른바 3대 문화관에 속하는 완판본문화관에 그 해답이 있다.

“완판본이란 완산주, 곧 전주에서 조선 후기에 간행된 국문소설 목판본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지요. 완판본 춘향전을 비롯한 국문소설이 당대의 베스트셀러가 됨으로써 한글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합니다. 전주한지와 판소리가 바탕에 깔려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지요. 민족문화 원형의 세계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한(韓) 스타일’에서 한글은 으뜸 항목입니다.”(‘한 스타일’이란 우리 문화의 원류로서 대표성과 상징성을 띠며 생활화·산업화·세계화가 가능한 한글·한식·한복·한지·한옥·한국음악(국악) 등의 전통문화를 브랜드화하는 것을 말한다.)

-슬로 시티(Slow city) 신청을 해 놓았지요? 성장이 더딘 전주의 자기합리화 정책이라는 지적이 있던데.

“어느 도시건 이제 양적 팽창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높이는 가치 중심으로 가야지요. 법고창신(法古創新)과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고 역동적이면서도 느림의 미학을 겸비한 명품 문화도시로 만들어 가야지요.”

-문화재는 현장성을 기본 전제로 합니다. 장현식 고택을 김제에서 전주로 옮겨 온 까닭이 있습니까.

“한국의 메디치가(家)랄 수 있는 고택이 무너져 간다는 안타까운 사정을 전해 들었어요. 애초 김제시에 도움을 요청했던 것 같은데 차일피일 미뤄졌던가 봅니다. 퇴근하자마자 달려갔죠. 마침 향교 옆에 마련해 둔 3300㎡(약 1000평)의 부지가 있었거든요. 후손들이 조건 없이 기증하고 오늘까지 이래라저래라는 말씀 한마디 없습니다. 참으로 대단한 가풍입니다.”

곧 개관하게 될 일송 장현식 고택은 동헌과 함께 영빈관으로 활용하는 걸 검토 중이라고 한다. 수평적 소통만큼이나 중요한 게 수직적 소통이다. 옛것을 제대로 알아야 새로운 문화 창출이 가능하다. 문화공간의 내실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단순한 한옥 체험관을 넘어 한 스타일의 본고장 전주의 싱크탱크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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