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간음하지 말라’는 십계명, 그 영화 찍은 감독은 바람둥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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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위대한 영화감독들의 기상천외한 인생 이야기
로버트 쉬네이큰버그 지음
정미우 옮김
시그마북스
408쪽, 1만4000원

영화 ‘십계’는 화려한 영상미로 크리스찬이 아닌 이들에게도 감동을 줬다. 그러나 감독 세실 B.데밀은 영화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 그는 아내와 50년을 살았지만 여배우·시나리오 작가 등과 끊임 없이 외도 행각을 벌였다. ‘간음하지 말라’는 십계명이 무색할 정도였다.

위인전에서 월트 디즈니는 평생 동심에 파묻혀 살았던 사람 좋은 아저씨로 그려진다. 하지만 그는 노조에 적대적이었다. 직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우리는 쥐인가, 인간인가?’이라고 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을 정도였다.

무성영화 시대의 전설이 된 찰리 채플린은 롤리타 콤플렉스 환자였다. 그의 첫번째와 두번째 부인은 결혼할 때 겨우 16세였다. 또 고무를 무조건 싫어했다. 콘돔도 고무라는 이유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많은 여자들에게 원치 않은 임신을 시켰다.

서부영화의 거장인 존 포드는 배우들 사이에서 사디스트(sadist)로 불렸다. 그는 배우들의 연기가 마음에 안들면 발로 엉덩이를 차고, 돌멩이를 던지기도 했다. 알프레드 히치콕은 그의 영화 만큼이나 기괴한 장난을 즐겼다. 사람들을 저녁식사에 초대한 뒤 모든 음식을 마티니로 씻어내 파란색으로 만들었다. 영화 ‘현기증’을 촬영할 때는 장난으로 여배우 킴 노박의 화장대에 털을 뽑은 닭을 매달아 놓았다.

프랑스 감독 장 뤽 고다르는 ‘네 멋대로 해라’의 여주인공 안나 카리나와 결혼했다. 하지만 다혈질인 이들 부부는 4년간의 짧은 결혼생활 내내 투계장의 닭처럼 싸웠다. 한 번은 시나리오 작가가 이들의 집을 방문했는데 두사람은 알몸 상태에서 옷들을 칼로 발기발기 찢고 유리컵들을 바닥에 던지며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이 책은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거장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삶을 그럴듯하게 포장한 전기물이 아니다. 이들의 괴팍한 일상을 적나라하게 파고 든다. 거장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엿보는 것도 그들의 영화를 한층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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