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생 인수자격 있었나' 또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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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우리는 (한화그룹에) 속았다. 기망에 의한 계약은 무효이기 때문에 당시 매각 주체인 예금보험공사가 계약을 취소해야 한다."(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소위 전 간사 김주영 변호사), "인수 과정에 문제 없었다."(한화그룹)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 무효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이 지난 27일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비리 의혹 사건과 관련, 입찰 방해와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김연배(61) 한화증권 부회장을 구속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날 "대생 인수의 유효.무효 여부를 검찰이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으나 예보나 공자위가 이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을 경우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인수 자격 시비=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2년 12월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대생을 매각하면서 인수 자격을 보험사나 보험사가 포함된 컨소시엄으로 제한하자 호주의 매쿼리생명보험에 300여억원을 주고 형식적으로 컨소시엄에 참가하게 했다. 당시 한화 구조조정본부장이었던 김씨는 공정한 입찰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외국계 보험사인 매쿼리생명에 일정 기간 회사 운영자금의 3분의 1에 대한 운영권을 주기로 이면계약을 하고 형식적으로 컨소시엄에 참여토록 해 대생 인수 지분을 매수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매쿼리생명이 대생 인수 과정에서 보유하게 된 대생 지분 3.5%(2485만주)를 한화건설이 매입하게 된 것도 이면계약에 의한 것이라고 검찰은 밝혔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조목조목 반박했다. 지난 28일 한화그룹의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서다. 한화 측은 "생보사 경영 경험이 없는 한화로선 대생 인수 이후 순조로운 경영 정상화를 위해 선진 생보사를 경영파트너로 참여시키려 했다"면서 "투자 위험을 우려했던 매쿼리는 투자 안정장치가 필요했고 한화로선 편의를 봐준 것뿐"이라고 밝혔다.

한화 측은 또 "컨소시엄 자체도 한화의 필요에 따라 구성한 것"이라며 "검찰이 매쿼리에 현금을 제공했다고 발표했으나 현금이 아니라 간접적인 신용공여를 통해 지분 인수 자금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수 조건에 외국 생보사와의 컨소시엄이 아예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예금보험공사와 당시 공자위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뒷받침하는 주장을 펴고 있다. 예보 관계자는 "법규정은 아니지만 당시 공적자금위원회 심의 때 외국 보험사가 참여하면 가산점을 주겠다고 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보험사가 포함된 컨소시엄이 조건이었던 것"이라며 "조건을 형식적으로 맞추기 위해 이면계약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주영 변호사는 28일 대검 기자실에 직접 찾아와 "한화가 공자위에 제출한 입찰서에는 매쿼리와의 이면계약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면서 "당시 입찰 주관사인 메릴린치가 작성한 입찰 의향서에는 입찰자는 입찰 서류에 자금 조달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밝히라고 했기 때문에 한화가 속인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비상 걸린 한화=한화는 당시 8200억원을 투입해 자산규모 26조원의 대한생명을 인수해 그룹의 대표 회사로 키워놓았다. 검찰의 이번 수사 결과 발표로 한화의 대생 인수가 철회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파트너로부터 지분을 사들여 홀로서기를 추진해온 한화의 계획은 일부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한화그룹과 오릭스는 각각 34%와 17%의 지분율로 대한생명을 사들이면서 예보지분 16%에 대해선 2007년 10월 28일까지 나눠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았는데 이번 사태로 불투명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동호.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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