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수의 비즈 북스] 미래를 알면 불안이 걷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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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경제가 어렵다. 미래는 불확실하다. 그래서 불안하다.

불안은 사람의 행동을 위축시킨다. 불안 심리가 만연한 가운데 소비나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경제는 더 어려워진다. 악순환이다. 돌파구는 없을까.

이 와중에도 사람들은 살 길을 찾아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청년실업자들은 일자리를 찾아나서고, 중소기업가는 판로를 뚫어보려고 안간힘이다. 주부들은 한 푼이라도 아껴보자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영업자는 목을 빼고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린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불안은 그 실체를 알지 못할 때 더욱 커진다. 경제가 왜 어려운지,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선 불안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내 곤경의 실상을 제대로 보고, 미래의 전개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면 적어도 막연한 불안감은 상당히 덜 수 있다.

공병호의 '10년후, 세계' (해냄, 264쪽, 1만원)는 불안의 실체를 규명하는데 제법 유용한 참고서다. 지난해 나온 '10년후, 한국'의 속편격인 이 책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급박한 변화를 짚어준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가 단지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규정한다고 말한다. 그 전제는 전지구적인 규모로 진행되는 '세계화'다. 지구촌 저쪽에서 벌어지는 온갖 경제적, 경제 외적 사건들이 곧바로 한국경제와 우리의 일상을 바꾼다. 세계화는 이제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피할 수 없는 조건이 돼 버렸다.

저자는 세계의 변화상을 21가지 주제로 나눠 제시한다. 여기에는 경제 통합이나 환율 전쟁, 세계적인 과잉 유동성 같은 큼직한 경제 현상도 있지만, 브랜드 중시나 경쟁력으로서의 미(美)의 중요성, 지식이 주도하는 사회처럼 트렌드나 사회 현상이 별도 항목으로 잡혀 있기도 하다. 체계적, 분석적이라기 보다는 망라적, 열거적이다. 저자 스스로도 자신의 직관과 통찰력에 근거해 변화의 항목을 선정했음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이 제시하는 세계의 변화상이 극히 주관적인 세상보기 기준에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이런 변화가 실재하지 않거나 전혀 근거 없다는 뜻은 아니다. 저자는 방대한 독서와 자료 수집을 통해 이런 변화의 싹을 관찰하고, 그 추이를 추적해 왔다. 그리고 자유주의와 실용주의란 틀로 변화의 항목들을 걸러내 나름대로 중요도에 따라 배열했다. 여기에는 관련 서적과 신문.잡지의 기사, 외지의 칼럼과 저자의 개인적 경험과 인터뷰가 모두 동원됐다.

사실 저자가 제시한 변화상은 신문이나 잡지를 유심히 살피는 독자라면 대개 들어본 것들이다. 저자는 이를 '변화의 실상'에 관한 한 묶음의 정보로 조직화했을 뿐이다.

시중에 넘쳐나는 정보를 체계적으로 흡수하고 가공할 여력과 시간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를 대신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선택과 결정은 여전히 각 개인의 몫이다. 그것까지 남이 대신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이 참고서일 뿐 교과서나 해답지가 아닌 이유다.

김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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