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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의 근본을 바꿀 전기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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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달리는 실내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누리려는 욕구가 커지면서 차량용 엔터테인먼트 장비가 잇따라 개발됐다. 21세기 들어서는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자동차 안에서 상호 소통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제 자동차는 공간이동의 도구가 아닌 3차원적인 상호 소통과 마케팅의 도구가 됐다. 미래에는 자동차를 매개체로 한 새로운 문화가 형성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동차의 발전과정에서 간과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자동차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로 인한 환경파괴가 그것이다. 사람을 위한 자동차가 사람과 자연에 해악을 끼치는 것이다. 환경파괴로 인한 폐해와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염·태풍·홍수 등 기상이변이 심해지면서 환경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정부의 환경 규제는 강화되고 있다.

환경파괴의 주범인 내연기관 자동차와 관련 기업들은 이제야 심각성을 깨닫고 하이브리드차·수소연료전지차·수소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전기차(EV)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이제 3차원적인 상호소통을 가능케 하는 미래의 자동차는 인류와 환경에 무해한 친환경적 존재여야 한다.

미래 사회를 선도할 전기자동차는 기술적으로나, 형태적으로 그리고 내용적인 측면에서 기존의 차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기차는 엔진과 변속기로 정형화돼 있던 내연기관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설계가 가능해진다. 달걀형이든, 상자 모양이든 사람에 맞춘 독창적인 실내 공간이 속속 선보일 것이다.

디자인의 패러다임도 바뀔 것이다. 디자이너가 주어진 조건하에서 단순히 보기 좋은 모양의 스케치를 해왔던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의 소통과 근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한 철학적 접근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제품보다 사람에 중점을 둔다고 볼 수 있다. 엔진이 전기 모터로 바뀌며, 화석연료에서 환경에 무해한 전기 배터리로 대체되고, 모터 구동장치를 자동차 어느 곳에라도 장착할 수 있게 된다.

또 전기차는 대량생산을 전제로 하는 지금까지의 생산방식과 달리 소비자의 개성을 다양하게 표출할 수 있게 된다.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나아가 고객이 직접 원하는 자동차의 형태나 기능·성능 등을 주문해 생산하게 될 것이다. 아직까진 사회적 인프라(전기충전소 등)나 사람들의 인식이 부족하지만 정부·기업이 함께 노력한다면 전기차가 대세로 자리 잡을 날이 멀지 않았다.

이를 위해 기업은 경쟁력 있는 핵심기술 개발에 힘쓰고, 정부는 제도적·재정적 뒷받침에 나서야 한다. 전기차가 편리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보조금도 지원해야 한다. 보조금은 관련 기술이 발전하고, 인프라가 확충되면 결국엔 없어질 것이다. 초기 전기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선 보조금 외에 세제·금융 지원도 필요하다. 다가올 전기차 시대에는 환경을 중시하고, 자연과 소통하는 자동차가 더 늘어나길 기대한다.

김영일 레오모터스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