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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ssue &] 개성상인 DNA 물려받은 ‘온라인 거상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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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사실 홈쇼핑을 통한 수입 자동차 소개 방송은 한국에서 먼저 시도됐다. 우리는 2008년 3월 포드의 SUV를, 이후 1억7000만원짜리 벤츠까지 선보였다. 수입차 홈쇼핑 방송이 한국에서 반향을 불러일으키자 중국 합작법인에서도 이를 시도했고, 이제는 상하이의 주요한 수입차 유통채널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유통업은 시시각각 바뀌는 상품 트렌드와 고객의 취향에 부합해야 하는, 그 어느 업종보다 변화에 민감한 분야다. 특히 인터넷·모바일·디지털 방송 등 새로운 플랫폼이 빠른 스피드로 자리잡는 한국 시장에서 온라인 유통업을 한다는 것은 세계적 표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TV홈쇼핑 업체들은 아시아 1위이자 세계 3~4위권을 달리고 있으며, 한국 오픈마켓 시장은 10조원대를 넘어서는 세계적 규모다. 올해 1분기 사이버쇼핑 거래액은 5조906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5.9%나 증가했다. 인터넷 쇼핑몰 분야의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백화점을 뛰어넘기도 했다. 베트남·일본·인도네시아 등 해외시장 진출을 선언한 인터넷 쇼핑몰도 속속 나오고 있다.

우리는 상하이에 이어 최근 인도에서도 24시간 방송을 송출하게 되면서 ‘한국형 홈쇼핑’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해외로 수출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중국과 인도 현지 실무자들은 정기적으로 한국을 찾아 한국식 상품 운영과 상담·배송 서비스, 방송 스타일을 배워 간다. 현지 합작사의 관리 지표, 고객 만족도 조사 방법 역시 한국의 모델을 본뜬 것인데, 성과에 놀란 해외 경쟁사들 역시 ‘한국 벤치마킹’에 한창이라는 후문이다.

국내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해외로 진출하면 한국에서 뛰어난 품질로 인기를 끌었지만 해외 판로가 없는 중소기업 상품들의 해외 진출 통로가 될 수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동시 수출인 셈이다.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넓은 지역을 아우를 수 있는 데다 낯선 상품이나 브랜드에 대해 상세한 설명이 가능하고, 언제 어디서나 주문할 수 있다는 것이 온라인 유통의 강점이다. 한국 밀폐용기 업체 ‘락앤락’ 역시 홈쇼핑으로 브랜드를 알린 것이 중국 시장 성공에 영향을 미쳤고, 최근에는 국내 중소기업이 생산한 언더웨어·침구·주방용품·이미용 제품 등도 중국 소비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한국 유통업체들은 수요를 발견하고 이에 대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객의 욕망을 이끌어내는 마케팅 실력을 갖추고 있다. 현지의 문화와 소비자들의 취향을 정교하게 파악해 상품의 구성 및 가격 전략을 세우고,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유통업체의 역할이다. 특히 스마트폰·IPTV 등 기술 발달에 따라 온라인 유통 시장은 점점 커질 것이고, 한국 기업들이야말로 그 누구보다 발 빠르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본다.

고려와 조선을 거쳐 일제 강점기까지 중국·아라비아·일본과의 무역을 주도하며 국제적 상인 집단으로 활약한 개성상인은 신용과 성실로 유명했다. 기회가 있는 시장은 놓치지 않았고 업무를 치밀하게 표준화했다. 또 품질이 가장 뛰어난 상품만을 골라 정직하게 판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21세기 한국의 장사꾼들 역시 이런 모습과 무척 닮아 있다. 세계로 나아가는 ‘현대판 개성상인’들에게 많은 관심과 격려가 이어지기를 바란다.

이해선 CJ오쇼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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