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대학은 산업" … 경제통 낙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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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교육부총리에 현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열린우리당 김진표 의원을 낙점한 것은 '대학은 산업'이라는 대통령의 지론과 맥이 닿아 있다.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 3기 구상이 반영된 인선이다.

이기준 파문을 거치면서도 이 같은 노 대통령의 결심은 변하지 않았음이 입증된 셈이다. 김완기 청와대 인사수석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윤리.도의 교육은 잘 돼 왔다"며 "그러나 우리 경제의 발전추세로 볼 때 국민에게 경제 마인드를 심어주고, 특히 대학생들에게 경제 인식을 고취시키는 게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수석은 "세계화 시대의 국제무대에서 대학 교육을 통해 경제 마인드를 지니고 경쟁할 인재를 배출하는 게 시급하다"고 김 의원 낙점 배경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교육 부총리는 대학교육에 경제계의 요구를 정확히 반영하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학 졸업장을 지닌 인력의 실력이 산업 현장에서 불신당하기에 이른 상황을 혁신해보겠다는 뜻이었다. 김 수석은 "김 의원이 이 같은 수요자 중심 교육의 적임자로 판단됐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의원의 기용에는 교육 개방에 대비한 국내 대학의 경쟁력을 배가시키겠다는 고려도 깔려 있다"며 "그에게 개방 대비 프로그램을 마련하라고 노 대통령이 지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 의원의 '정치인'으로서의 이력도 가산점이 됐다. 김 수석은 "우리나라에서는 교육부 장관 아닌 사람들이 없다"며 "교권 단체와의 부단한 접촉을 통해 이해관계를 잘 조정해낼 인사가 필요했다"고 했다. "의원을 하면서 국민의 여망을 폭넓게 들은 데다 정치력을 겸비한 그가 교육계의 여러 가지 이기주의에 휘둘리지 않고 조정을 해낼 적임자"라는 주장이었다.

김 의원이 교육 문외한이 아니냐는 질문에 김 수석은 "경제부총리 당시에도 남달리 교육 개혁에 관심을 갖고 교육부총리에게 교육개혁 보고서를 전달하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한 관계자는 "김 의원의 경우 이미 각료를 지낸 데다 총선을 거쳐 이기준 파문 때 혼쭐이 났던 검증 면에서도 훨씬 안전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해찬 총리는 27일 오전 김 의원을 추천하는 제청 서류를 청와대에 제출, 제청권을 행사했다. 인사추천회의에서는 김 의원을 포함한 3명이 압축돼 노 대통령에게 올라갔다는 게 김 수석의 얘기다.

야당은 그러나 김 의원의 부총리 기용에 혹평을 가했다. 한나라당의 전여옥 대변인은 "참여 정부의 인재 빈곤을 다시 한 번 여실히 드러낸 재활용 인사"라고 비판했다. 민주당도 "교육에 철학은 없고 효율성과 시장논리만 난무하는 것 같아 걱정된다"(유종필 대변인)고 가세했다. 민노당은 "교육이 시장논리의 포로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홍승하 대변인)며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교총.전교조 등 교육 관련 단체들도 "교육의 시장화"를 우려하며 반발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측은 "교육 문외한의 교육부총리 기용은 시장논리를 교육 전반에 적용시켜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며 "다른 단체와 연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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