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베스트 멘토] 경희대 홍성규, 서울시립대 홍두남, 전남대 이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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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신 프로젝트’ 베스트 멘토로 선발된 홍성규·이진주·홍두남씨(왼쪽부터). [황정옥 기자]

올 4월부터 시작된 ‘공신 프로젝트’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이 1기 활동을 끝냈다. 이달부터는 2기 멘토링이 시작된다. 중앙일보는 2주에 한 번씩 ‘베스트멘토’를 선정했다. 멘티와의 원활한 소통과 적극적인 활동을 보인 우수 멘토를 선발한 것이다. 베스트멘토로 뽑히면 봉사활동 인증서와 함께 소정의 장학금이 주어진다. 1기 멘토로 활약을 펼쳤던 3명의 베스트멘토를 소개한다.

글=최은혜 기자 ehchoi@joongang.co.kr
사진=황정옥 기자

“저도 학생 때 가정형편이 무척 어려웠죠. 저처럼 막막하고 답답할 어린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홍성규(경희대 호텔경영학과 3)씨는 학교 홈페이지에서 공신 프로젝트의 멘토 모집 공고를 보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성규씨는 “누구보다 저소득층 자녀의 고충을 잘 이해할 수 있었기에 멘티(멘토링을 받는 학생)에게 더욱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처음 멘토링을 시작했을 때 성규씨는 멘티와 빨리 친해지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특별한 호칭’이었다. 그는 중2 여학생인 멘티를 ‘내 새끼’라고 불렀다. “부모가 자식을 대하듯 애정을 담아 그렇게 불렀죠. 거부감 없이 기분 좋게 받아들여 준 멘티에게 고마웠어요.”

성규씨는 멘티의 집으로 직접 찾아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서로 얼굴도 모른 채 진행되는 멘토링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서였다. 시험을 앞두고는 수학이 특히 약했던 멘티를 위해 직접 학습지도를 해줬다. 지난달 12일에는 성규씨가 다니는 경희대에서 만나 함께 캠퍼스 투어를 하기도 했다.

성규씨는 “공식적인 멘토링 기간은 끝났지만 멘티와의 인연은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멘토링은 일방적으로 멘토가 멘티에게 도움을 주는 관계가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멘티에게 좋은 롤 모델이 되기 위해 저도 분발하게 됐고, 가끔은 멘티로부터 위로를 받기도 했죠. 멘티에게 ‘인생의 멘토’로 남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겁니다.”

홍두남(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4)씨도 학창시절 고민하고 힘들어했던 기억이 떠올라 공신 프로젝트에 멘토로 지원했다. 두남씨는 “공부를 잘하지만 늘 불안과 걱정이 많은 중3 멘티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려 했다”고 말했다. 용기를 주는 짤막한 우화 등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힘이 나게 하는 음악을 멘티에게 e-메일로 보내줬다.

특목고를 준비하는 멘티를 위해 그는 내신관리를 도왔다. 멘티가 다니는 학교의 기출문제, 자주 출제되는 문제 유형들을 정리해 풀어보게 했다. 또 고입에 대비할 수 있도록 매주 시사 자료, 국제적인 이슈와 관련된 영어 자료 등을 보내줬다.

두남씨는 멘티에게 학습일지와 활동일지 양식도 만들어 보냈다. 교과·비교과를 구분해 자료화하게끔 하기 위해서였다. 학습일지에는 멘티가 매일 공부한 것, 학습이 잘 된 부분과 잘 안 된 부분 등을 적도록 했다. 활동일지는 재능·건강·직업·가족관계·친구관계 등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 두남씨는 SWOT 분석(환경이나 상태를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 등 네 가지 요인별로 분석해 전략을 세우는 일)을 통해 멘티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도록 유도했다.

두남씨는 “사실 처음 멘토링을 시작했을 땐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끝까지 하고 나니 보람이 커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2기에도 멘토링 활동을 지원한 그는 “공신 프로젝트를 통해 나를 돌아보는 고마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진주(전남대 생명과학전공 3)씨는 떨리는 마음으로 멘티와 첫 연락을 주고받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멘티가 생겼다며 친구들에게 자랑까지 했다. 진주씨는 “멘토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환상과 열의를 가지고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멘토링은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멀리 떨어져 얼굴도 볼 수 없는 멘티의 마음을 열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다 생각지 못한 일을 계기로 멘티가 마음의 문을 열어줬다. 진주씨가 고교생 때 풀었던 문제집을 보면서 조언을 해주기로 약속하고 멘티와 온라인 메신저에서 만났는데, 정작 문제집을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헤매는 모습을 멘티에게 보여줬던 것. “저를 어렵게 대하다가 실수하고 당황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고 생각이 바뀐 것 같아요. 그 이후로 멘티가 먼저 말도 걸어주고 속마음도 털어놓을 정도로 친해져서 다행이었죠.”

진주씨는 고교 2학년인 멘티가 6월 모의고사를 치른 후 시험문제를 함께 보면서 정리했다. 각각의 문제들이 어떤 개념·단원과 관련돼 있는지 확인시키고 어려운 문제는 풀이를 설명해 줬다. 또 수학이 약한 멘티에게 기간을 설정하고 학습 목표와 구체적인 학습 분량을 정해 계획을 세우도록 도왔다. 매일 문자메시지를 보내 학습 계획을 실천했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먼저 다가가고 친해지려 노력하니 멘티도 결국 마음을 열어주더군요. 멘토링을 통해 제 자신도 책임감을 키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덤으로 좋은 동생까지 얻게 돼 정말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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